미르·K스포츠재단에 검열과 블랙리스트 논란, 그리고 '문체부'가 '문제부'로 불리며 조롱받는 등 신뢰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라 사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눈앞에 산적해 있다.
하지만 문재인 캠프가 선관위에 제출했던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문화공약은 후순위로 밀려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캠프에서 발표한 문화 공약을 살펴보면, 다른 후보에 비해 일찌감치 대선체제에 돌입한 만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공약을 내놓았다는 게, 문화예술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예술인소셜유니온(위원장 하장호)은 문 캠프의 문화 공약을 "실현가능성과 안정감, 그러면서도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도 엿보인다"고 평한 바 있다.
결국 구호에만 머물지 않고 제시한 공약대로 현장예술인과 소통하며 실행하려는 의지만 보인다면, 이전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나름 괄목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 ‘이명박근혜 정권 9년의 적폐,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산’
문재인 캠프는 지난 4일 국회에서 문화예술단체들과 정책 협약까지 맺으면서, 블랙리스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하게 드러냈다.
문 캠프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준수하고, 정부·지원기관·문화계 간 '공정성 협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현장 문화예술인의 지원정책 결정 참여를 확대하고, 문화예술 지원기관의 독립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적폐를 청산하고, 지원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다소 인기영합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 방지법', 콘텐츠진흥원과 같은 문화예술기관 폐지와 같은 공약을 무리해서 주장하지 않고 있는 점도 공약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고 평했다.
◇ 고갈되는 문예기금, 재원 확보 방안은?
다음으로 눈에 띄는 공약은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확보이다. 이 공약은 주요 후보 5인 중 문재인 대통령만 유일하게 낸 공약이기도 했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젖줄이다. 2004년 5273억 원에 달했던 기금이 지난해 연말 810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고, 올해 400억 가량밖에 남아 있지 않다. 오래전부터 기금 고갈에 대한 대책 마련이 지적되어 왔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금 확보를 위해 '창작지원 위한 국고 출연 확대'와 '체육·관광 여유기금의 전출'을 제시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국비나 지역예산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캠프는 다소 다른 방향을 채택했다.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관광개발진흥기금과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출연을 가능토록 하는 것을 법제화하는 방법 등을 고민 중인 상황이다. 캠프와 문체부의 방안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이 공약만큼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사각지대에 놓인 문화예술인 복지 어떻게 풀어갈까?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예술인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표준계약서 의무화, 예술인 표준보수지급기준, 창작인 저작권 수익분배기준 강화,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예술인복지금고 등을 제시했다. 아쉽게도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재원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예술인복지법 입법 당시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이라는 평가다.
결국 문제는 실천이다. 이것들은 이미 이전 정부에서부터 공약(公約)으로 내세웠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공약(空約)에 그쳤었다. 게다가 표준계약서 의무화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예술인복지재단 등, 제각기 다른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어떻게 유도할 수 있느냐가 보다 더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예술강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예술강사 문제는 그 뿌리가 참여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때문에 이 공약은 참여정부의 과실을 극복하겠다고 선언이기도 해 주목되는 동시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 일상에서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
문재인 정부 문화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은 '문화향유권 보장'이다. 모든 국민이 문화와 예술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문화 다양성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서울과 지역의 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한 ‘문화균형발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지역문화기금을 출연기부금을 법정기부금으로 인정하고, ‘문화균형지수’를 개발해 문화기반이 낙후된 지역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의 기초 문화생활 보장을 위해 문화·체육·관광 통합문화이용권을 확대하고 지원금액을 현실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 지출비의 근로소득세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작은미술관·작은영화관·마을극장 등 유휴공간을 생활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문화가 일상에 파고들 수 있도록 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참여의 폭을 넓히기 위해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도 확대한다.
노동자 휴가정책도 문화 향유 기회 확대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정부는 ‘연휴유급휴가 의무 사용’ ‘기본연차유급휴가일수 확대’ ‘대체공휴일제 전면 실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차기 문체부 수장 누가 될까?
실행해야 할 공약이 많은 만큼 현재 공석인 문체부의 수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공약이 아무리 좋아도 실행할 의지가 없는 사람이 요직에 앉는다면 공약이 실현될 리 없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로는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거론된다. 도 의원은 그동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문화계 전반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블랙리스트 문제에도 선도적으로 나서 움직였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캠프 조직인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밖에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조현재 전 문체부 차관, 안도현 시인 등도 차기 장관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바닥으로 곤두박질한 문체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일각에서는 조직개편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은 아직 없다. 때문에 이 문제는 장관이 임명되는 동시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문화예술계에서는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동시에 일방적이지 않고, 현장과 소통하며, 약속한 정책을 실행할 의지가 충만한 리더십의 소유자가 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