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를 옮긴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에서 잇따라 야당의 진보 후보가 승리했다. 공직사회가 개혁에 대한 거부감 없이 오히려 더욱 적극적인 진보성향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이다.
◇ 세종시,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 51.1%25…17개 시도 가운데 4위
세종시는 9일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최종 투표율 80.7%로 전국 평균인 77.2%를 웃돌며, 17개 시도 가운데 광주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이보다 앞서 사전투표에서도 세종시는 34.48%로 전국 평균 26%를 크게 웃돌며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기존의 주민뿐만 아니라 부처 이전 공무원들이 대통령 선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했다는 얘기다.
또한,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51.1%인 7만7,767표를 얻어, 전국 평균 득표율 41.1%를 크게 웃돌았다. 호남권 3개 시도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세종시에서 득표율 2위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로 21%를 득표해 3위 홍준표 후보의 15.2%를 앞질렀다.
이는 세종시 유권자, 공무원들이 보수 후보 보다는 진보와 중도 후보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대선에 앞서 2016년 4월 13일 치러진 총선에서도 세종시의 투표율은 63.5%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개표 결과, 당시 무소속 이해찬 후보가 43.7%,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는 36.0%를 득표해 무려 7.7%p나 차이가 났다.
선거 전 각종 여론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줄곧 4~5%p 정도 앞서 나갔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세종시에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집단 거주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내 아름동과 도담동, 한솔동에서 무소속 이해찬 후보에게 거의 몰표가 나왔다.
당시 이들 3개 동 선거구의 전체 유권자 8만11명 가운데 5만2,979명이 투표해 66.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세종시 전체 투표율 63.5% 보다도 높았다.
박 후보는 26.2%를 얻은 반면, 이해찬 후보는 52.8%를 득표했다. 공무원 집단 거주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집권 여당 후보 보다 2배 이상 높은 지지를 얻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세종시 유권자들의 표심은 사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새정치연합 이춘희 후보가 57.8%의 득표율로 새누리당 유한식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세종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 세종 정부청사 공무원…세대간 정치성향 엇갈려
공직사회는 나이가 많은 간부 공무원일수록 여권 지지 성향을 보이고, 젊은 하위직 공무원들은 야권 성향을 보인다는 게 오래된 정설이다.
이런 표심은 지난 지방선거 이후 이번 19대 대선까지 여지없이 사실로 드러났다. 세종시로 주소지를 이전한 공무원 대부분이 40대 이하 젊은 층이라는 점이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공무원들은 변화 보다는 안정을 선호한다.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른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업무적으로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줄곧 진보 후보를 선택한 것은 과거 정부와 공무원들 사이에 뿌리깊은 불신의 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 세종청사 담장에는 거의 1년 내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추진했던 공무원 관련 각종 개혁방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공무원 성과연금제 도입 중단', '공무원 인사정책 개선 약속 이행하라', '공무원 연금 개혁 즉각 중단' 등이 주요 내용이다.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철밥통'으로 대변되는 공직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나섰지만 공무원들의 피해의식이 너무나도 팽배해 있다.
공무원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무원들을 타도 대상쯤으로 여기면서 진지한 소통과 협상을 하지 않고 밀어 붙이기만 했다"며 "자기 밥그릇을 빼앗겠다는데 동의할 공무원들이 누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젊은 공무원들의 생각이 예전과 많이 다르고 자기 표현이 강해졌다"며 "어찌됐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만큼 일은 많아지겠지만 기대되는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또, "새로운 정부에서는 부처 공무원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한다면 큰 문제 없이 원만한 국정운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