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9일 밤 제 19대 대통령 당선을 사실상 확정짓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선 문재인 당선인의 공식적인 첫 일성(一聲)이다. 그의 말에는 '개혁과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내포돼 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 문재인 당선인은 정장 상의 왼쪽과 오른쪽 옷깃에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의 노란색 리본을 나란히 달고 특설무대에 올랐다.
이는 불의(不義)와 부정(不正)을 일소한다는 개혁의 표식이자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봄의 장미를 피워낸 '촛불'의 또 다른 상징인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내건 개혁과 통합은 동시 양립이 어려운 '역설의 화두'이기도 하다. 즉, 개혁적 통합이나 통합적 개혁은 '뜨거운 얼음', '보수적 진보'와 같은 형용모순에 가깝다.
따라서 문재인식 화법을 적용한다면, 하드웨어는 통합이고 소프트웨어는 개혁이며 섬기는 겸손함이 양자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통합을 위한 개혁, 개혁을 위한 통합에 국정운영의 방점이 찍힌 셈이다.
문 당선인이 평소 강조한 바대로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개혁에는 빼기(-)와 나누기(÷)가 수반되며, 통합에는 더하기(+)와 곱하기(×)가 필요하다.
첫째, 빼기(-)는 덜어내 없애는 개혁이다.
우선 '친문패권(親文覇權)'으로 일컬어지는 당선인 주변의 '인의 장막'부터 걷어내는 솔선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뿌리 내려온 각종 부조리의 적폐(積弊)를 해소하고,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파열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
탈권위주의 차원에서의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고, 권력기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며 정경유착을 근절하는 것도 빼기(-)의 영역이다.
둘째, 나누기(÷)는 평등 원칙에 따른 분배적 정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빈부 양극화 해소, 차별과 특혜를 근절하는 경제민주화는 시급한 개혁과제다.
다만 나누기의 과정에서 불의(不義)와 불평등(inequality)의 근절은 당연하지만 무엇이든지 무조건 평등하게 하는 맹목적 평등, 일명 '악평등(blind equality)'은 경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됐지만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대하는 양보와 타협은 필수적이다.
더욱이 북핵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위안부 합의 문제 등 안보와 외교차원에서의 현안을 해결을 위한 문재인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의 협치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넷째, 곱하기(×)는 대승적 차원의 화해와 통합이다.
문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사를 전하고, 국회와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 드러난 지역·세대·이념간 갈등을 극복하는 탕평(蕩平) 인사도 단행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60% 가까운 국민들이 뒤로 물러나 팔짱을 끼는 일이 없도록 모두를 섬기고 끌어안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광화문(光化門)은 '빛(光)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춰 태평스러운 날이 이어진다(化)'는 뜻을 담고 있고, 광장(廣場)은 넓음이며 열려 있음이다.
문재인 당선인은 바로 조선시대 정궁(正宮)으로 경복궁의 정문(正門)인 광화문 앞 광장에서 당선의 일성을 밝혔다.
문 당선인이 가졌던 간절한 초심은 앞으로는 현명한 뚝심으로 바뀌어야 하며, 소통과 공감의 '가감승제' 리더십으로 국민의 성원에 응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