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국회의원 숫자가 300명임을 감안하면 바른정당과 정의당의 의석수 비율은 각각 6.66%, 2%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후보의 득표율은 이를 웃돌았다. 유 후보는 창당 100일을 갓 넘긴 신생 보수정당의 후보로서 일궈낸 성과다. 심 후보는 과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3.9%)를 제치고, 역대 진보정당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됐다.
두 후보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토론 우등생'으로 불리며 빛을 발했다. 경제·안보전문가를 자처한 유 후보는 '개혁적 경제공약'들을 제시하며 기존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차별된 모습을 보였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 면모를 강조하며 진보·개혁 성향 후보들을 시종일관 압박했다.
심 후보는 시원시원하고 논리정연한 발언으로 '심크러쉬'라는 별명을 얻었다. '스트롱맨'을 자처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돼지발정제' 논란에 휩싸이자, 토론회가 시작하자 마자 "사퇴하라"며 시종일관 몰아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또 사드 배치에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나머지 후보들을 압박했고, 경제·복지 공약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당선인을 몰아세우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거대 정당 후보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이들에게 다수의 국민들은 '소신의 한 표'를 던졌다. 이들이 기록한 의미있는 득표율은 '정치적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 후보는 향후 보수진영의 개혁풍(風)을 이끌어 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보수진영 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다가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혔고,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된 뒤에는 당내 단일화파의 집단탈당 압박 속에서 외로운 선거를 치러야 했다.
마지막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는 "신에게는 열 두 척의 배가 남았다"는 말로 개혁에 대한 소신을 밝혀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결국 약속대로 완주한 그와 바른정당 의원들은 '보수개혁의 기수'로 남게 됐다. 거대 보수정당인 한국당이 선거참패로 개혁 요구에 직면한 가운데,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정치인으로 발돋음한 유 후보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한 바른정당의 역할에는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해체 이후 침체된 진보정치의 '도약 발판'을 마련한 심 후보와 정의당도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며 향후 세력을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도 선거 과정에서 "제게 주는 표는 곧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견인하는 '개혁 견인차'에 주는 한 표가 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해 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