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후보보다도 가장 많은 변곡점을 거쳤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개표 시작 두 시간 반 만에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고질적인 기득권 양당 체제를 깨뜨리겠다며 당차게 나선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고배를 마시면서 19대 대통령의 꿈을 접었다.
이번 대선 가도에서 안 후보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당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 박주선 후보와 경쟁하면서 '자강론'을 바탕으로 호남에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다시 '안풍'이 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문재인 대항마'를 찾던 중도보수층에도 크게 어필하면서 지지율이 껑충 뛰어 4월 초중순까지 문재인 후보와 양강구도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도, 중도도 아닌 제3의 노선을 택했던 안 후보는 곧바로 양 진영에서 공격을 받았다.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의 후보이지만 영남과 중도보수 진영의 표를 동시에 흡수해야 했던 이중적인 상황을 당도, 후보도 매끄럽게 풀어가지 못했다.
선거 초반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양강구도로 치고 올라온 안 후보를 향해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 후보"라며 비난했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안 후보의 안보관과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상충된다고 공격했다.
이 와중에 실력을 발휘해야 할 TV토론에서도 안 후보가 유독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결국 여론조사 공표기간 막판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2위 자리를 내주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특히 선거 막판이 다가오자 호남과 영남의 지지층들이 결국 문 후보와 홍 후보에게 양분되면서 양강 대선 구도로 복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안 후보는 닷새간의 선거운동 기간동안 배낭 하나를 둘러매고 전국을 돌며 뚜벅이 걸음으로 시민들을 만나 호응을 얻었지만 기울어진 민심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당세와 조직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면 20%이상의 안 후보의 득표율이 '대패'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 이후에도 정치권에서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대한민국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향후 역할을 시사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거취와는 별개로 국민의당은 극심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서 지난 총선 때와는 달리 불과 1년만에 호남에서 크게 패한 점은 국회의원들에게도 가장 뼈아픈 부분이기 때문이다.
호남의 중진, 호남의 초선, 비례대표 등으로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의원들 개개인은 장기적으로 진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장 문재인 후보가 "당선 이후에는 국민의당과 통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며 강한 구애를 예고한 가운데 호남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후보가 당선이 돼도 민주당의 의석이 120석에 불과해 여소야대가 불가피한데다 보수 진영에서는 날을 세우고 있어 국민의당과의 협치는 필수적이다.
국민의당이 과연 집권 정당이 된 민주당을 도울지,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야당의 역할을 수행할지에 따라 문 후보의 국정 수행과 정치 판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