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폭격·정치홍대병…19대 대선 문화 키워드는?

정치예능부터 가짜뉴스까지…장미대선, 유권자를 흔든 3가지 문화현상

- 송해·윤여정·서경석…정치평론가 대신 개표방송 캐릭터가 된 연예인들
- 정치 예능의 기폭제가 된 정치 팟캐스트, 일상의 언어로 정치 뒷담화 재밌게 들려줘
- 정치적 대안은 사라지고 인기인만 남는다?…셀러브리티 증후군 부작용도 우려돼
- 100% 단속 불가능한 가짜뉴스, 자기만의 관상법 익혀야
- 정치홍대병?…소신투표 조롱하는 신조어 등장…다양한 정치스펙트럼 인정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5월 9일 (화)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교수 (경희대)

◇ 정관용>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와 함께하는 일상다반사 시간. 문화적인 현상을 조금 삐딱하게 또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비평해 보는 시간이죠. 이번 대통령 선거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의미가 상당히 큽니다마는 문화적으로도 이전과 좀 다른 모습을 보인 것들이 몇 가지 있답니다. 달라진 19대 대선 정치 풍속도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죠.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어서 오세요.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투표는 물론 하셨겠죠?

◆ 이택광> 투표했습니다.

◇ 정관용> 오늘 8시 출구조사도 방송국들이 아주 새로운 형식을 많이 도입한다면서요.

◆ 이택광> 네. 굉장히 화려한 것 같고요. 그리고 시청자와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스튜디오 콘셉트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지금 스튜디오를 광화문에 설치해서 거기서 이렇게 투명한 세트를 만들어서 그 안에 계시는 분들이 다 들여다보이게 만든다든가. 그리고 유명인사들을 데리고 와서 식전행사 다시 말하면 본격적인 개표가 되려면 8시 이후가 돼야 하지 않습니까? 그 2시간 정도가 비니까 그때 유명인들을 데려와서 약간 토크쇼 같은 그런 방식을 도입한 것 같아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실험적인 것 같고요. 문화방송 같으면 잠실 123층짜리 큰 롯데월드 건물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이번에 개장한 곳.

◆ 이택광> 거기에다가 LED 패널을 쏴서 선거 정보를 나타나게 한다든가.

◇ 정관용> 건물 벽에?

◆ 이택광> 그리고 취재 열기를 전면적으로 촬영해서 시청자를 유치한다든가 이런 것들이 있고요. 특별손님으로는 이미 보도가 돼서 알려졌을 건데 한국방송은 송해 유명한 전국노래자랑 MC죠.

◇ 정관용> 송해 선생님.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JTBC, MBC, SBS, KBS 제공]

◆ 이택광> 전국노래자랑을 패러디해서 각 후보들의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 정관용> 전국득표자랑이고요.

◆ 이택광> 그런 식으로 바꿨고요. 문화방송 같은 경우에는 서경석 씨가 나와 있고 JTBC가 재미있는데요. 배우 윤여정 씨를. 저희가 윤식당 다루지 않았습니까? 윤여정 씨가 JTBC에 섭외가 돼서 나오셨더라고요. 유시민 씨하고요. 일단 콘셉트는 윤여정 선생님이 상당히 좀 까칠한 그런 인상을 주시는데 아마 그래서 초대된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 정관용> 까칠한 유권자?

◆ 이택광> 까칠한 유권자이고 또 배우들 사이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원로배우 중에 한 분이시잖아요. 그런 여러 가지 것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고요. 그래서 유시민 씨하고 같이 나와서 토크를 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송해 선생님, 배우 윤여정 씨, 개그맨 서경석 씨 이런 분들만 나왔다 하는 것만 봐도 과거처럼 개표방송 정치전문가들이나 정치부 기자들만 모여서 엄숙하게 하는 게 아니라 뭔가 조금 더 재미있게 더 대중에게 다가가는 이런 거에 시도를 한다는 얘기인데 이번 19대 대선 물론 이 대선 과정만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이기는 합니다마는 소위 새로운 정치 풍속도의 첫 번째가 바로 정치 예능프로그램이 대세가 되고 있다, 이 점이라면서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정치평론가라는 직함들이 한때 유행을 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정치평론가뿐만 아니고 전체적인 정치와 관련된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하시는 그런 패널들이 많이 등장하게 됐죠. 그리고 정치 자체도 상당히 예능화된 게 있습니다. 정치를 재미있게 만들려고 하는 그런 시도들이 많이 있었고 그리고 저는 아마 이런 정치 예능화의 가장 중요한 기폭제는 아마 팟캐스팅의 활성화가 아닐까 싶어요.

팟캐스팅이 사실 대중화되면서 어디에서든지 정치 담론을 접할 수 있게 됐죠. 마치 야구 경기처럼 예전에는 어렵게 느껴지던 그런 전문적인 정치 용어들이 이제는 일상용어가 되고요. 또 정치 용어 자체를 일상용어로 바꿔서 쓰는 그런 어떤 풍조들이 만들어지다 보니까 이것이 정치 예능화를 가속화 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정치인들 스스로도 이런 예능프로그램 같은 토크에 많이 출연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 스스로도 이런 SNS나 이런 걸 활용해서 본인들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들을 적극적으로 정치 예능프로그램에서 어필하려고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죠.

◇ 정관용> 지상파는 기준이 엄격하고 또 종편도 그렇지만 방금 언급하신 그 팟캐스트 같은 경우는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정치 평론을 마구 해도 상관없는 거잖아요, 사실.

◆ 이택광> 나쁘게 말하면 법규에서 벗어난 치외법권 지역이죠. 마치 서부의 무법지대 같은.

◇ 정관용> 물론 거기에서 명예훼손이라든지 또 인신공격이라든지 이런 거 하면 물론.

◆ 이택광> 당연히 처벌을 받습니다.

◇ 정관용> 하지만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어느 한 편에 선 그런 방송들을 막 하잖아요. 그런 게 영향을 미쳐서 특히 종편 시사프로에서의 정치토크 예능쇼, 예능화된 정치토크쇼 이런 것들이 조금 더 늘어나는 거 아닐까요.

◆ 이택광> 예전에 종편이 처음 출범을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종편의 선정성이나 이런 걸 말씀하셨잖아요. 금방 말씀하셨지만. 하지만 종편도 엄연히 보도프로그램이고 나름대로 방송법에 따라야 되기 때문에 표현의 제한이 있습니다. 그런데 팟캐스트 같은 경우 거의 표현에 제한이 없어요. 가장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는 곳. 물론 사회 처벌을 받지만 그런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어떤 정치 예능화라든가 정치 문화를 꽃 피우는 데 저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런 부분에서.

물론 정치 예능화라는 것이 양면의 칼이죠. 정치의 어떤 진지함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들. 정치라는 것이 반드시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나쁜 일도 해야 되고 좀 심각한 문제들도 거론을 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사정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또한 이것을 통해서 정치 자체의 대중화, 정치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대중들이 다가갈 수 있다라는 그런 생각들을 만드는 데에는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죠.

▲ JTBC 썰전 방송화면

◇ 정관용> 그리고 주목받는 게 JTBC의 썰전, TV조선의 강적들, 채널A의 외부자들, MBN의 판도라.

◆ 이택광> 전부 다 정치예능 프로그램이에요.

◇ 정관용> 100% 예능이라고 하기 뭐 하지만 예능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 이택광> 이게 미국의 토크쇼가 정치 영역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거고요. 토크쇼 같은 경우는 반드시 정치적 문제만 얘기하지 않거든요. 정치적 패러디나 연예인들을 데리고 와서 소소한 가십들을 물어보기도 하고 그러는데 우리는 그런 어떤 연예인들 가십 프로그램이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치적인 영역으로 와서 정치를 소재로 하기 시작하니까 폭발적인 인기를 가지게 된 거거든요. 물론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한 80% 정도는 정치 뒷담화입니다. 쉽게 말하면 정치와 관련된 어떤 소소한 가십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어떤 국회의원들에 대한 이야기, 대선후보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거지만 또 거기에는 굵직한 정치적 사안들, 사드 배치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도 다루기 때문에 그 자체는 정치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죠.

◇ 정관용> 여기 이제 고정적으로 나오시는 분들은 대체로 과거 정치인 내지는 낙선한 정치인, 낙천된 정치인.

◆ 이택광>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아니면 정치평론가 이런 분들이죠.

◆ 이택광> 그리고 최근에는 진중권 씨라든가 유시민 씨 같은 경우 딱히 정치평론가라고 말할 수 없거든요. 때에 따라서 문화평론가라고도 하는데 그런 분들이 반드시 정치적인 문제만 다루지 않는. 쉽게 말하면 정치학 전공자가 아닌 분들도 나오셔서 정치평론을 했을 때 가장 어울리는 그런 어떤 프로그램들이 지금 상당히 성업 중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죠.

◇ 정관용> 그리고 우리 청취자분들한테 조금 한 걸음만 더 들어가서 설명을 드리자면 보통 그런 몇몇 전직 정치인이나 정치논객들이 모여서 토크쇼하는 건 옛날에도 있었어요. 토론프로그램도 있었고. 그런데 그때는 사전에 대본이나 이런 게 없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주제에 대해서 각자 의견 얘기하면서 정말 토론이 벌어지는.

◆ 이택광> 시사토론 같은 거.

◇ 정관용> 그렇게 되는 건데.

◆ 이택광> 선생님도 그걸 쭉 했죠.

◇ 정관용> 지금 쭉 언급된 몇몇 프로는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PD와 작가들이 투입돼서 사전에 많은 정보 교환과 자료 조사를 통해서 거의 원고가 정해져 있는 식의 토크쇼를 한다는 점 이런 점이 큰 차이죠.

◆ 이택광>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이것을 정치프로그램 자체를 예능 PD들이 만든 건 맞습니다. 물론 대본을 주기는 주는데 제가 듣기로 대본대로 하지는 않아요.

◇ 정관용> 물론 꼭 그대로는 안 합니다마는 토론프로그램은 시사토론은 아예 대본 자체가 없어요.

◆ 이택광> 그렇죠. 말 그대로 그 사안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했을 때 여기에는 일정한 방향이 있죠. 그리고 거기에 양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머코드들도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시사토크 또 시사토론 프로그램과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입니다. 그것을 우리가 보통 정치 예능이라고 부르는 거죠.

◇ 정관용> 정치 예능의 대세화 이게 달라진 정치풍속도의 한 모습입니다.

한림대 정관용 교수(좌)와 경희대 이택광교수(우)(사진=시사자키 제작진)

◆ 이택광> 이번 특히 대선, 장미대선에서는 굉장히 정치토크, 정치 예능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라고 말할 수가 있어요. 많은 관심들을 끌어들였고 물론 촛불이라는 큰 어떤 사건이 있었지만 이런 촛불에서 만들어지지 못했던 미진했던 그런 여러 가지 담론들이 이런 정치 예능프로그램에서 다루어졌습니다. 물론 그것이 시사토크나 정치토크 프로그램처럼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라고 할지라도 많은 이야기들이 일단 소재화되고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죠.

◇ 정관용> 이런 정치 예능의 대세화가 갖는 한계, 단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 이택광> 아무래도 앞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한 진지한 정보를 준다든지 또는 그와 관련된 하나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들을 시청자에게 주기보다는 아무래도 정치가 가십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죠.

◇ 정관용> 가십 위주로 흐른다.

◆ 이택광> 가십 위주로 흐르고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누가 더 인기가 있느냐라는 그런 어떤 셀러브리티증후군 같은 게 나타날 수 있어요. 그래서 더 유명한 사람들을 정확한 정책 견해를 말한다기보다는 그런 어떤 선정성을 기준으로 해서 인기가 높은 사람들이 더 큰 목소리를 갖게 되는 그런 문제가 생기는 거죠.

◇ 정관용> 첫 번째 새로운 정치 풍속도, 대세가 된 정치 예능. 두 번째 정치 풍속도는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이택광> 아무래도 이런 정치 예능화가 이루어지다 보니까 가짜뉴스 논란들이 많이 일어나는 거거든요. 이 가짜뉴스가 뭐냐 하면 아시겠지만 그냥 무작위로 SNS를 통해서 누구누구 카더라라는 풍문을 퍼뜨리는 겁니다.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또 가짜뉴스 검증이 막 들어가고요.

◇ 정관용> 팩트체크가 들어가고.

◆ 이택광> 그리고 또 인터넷에 보시면 나무위키라는 위키피디아의 한국판 같은 게 있어요. 이거는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그런 백과사전인데 사실 거기에 굉장히 많은 가짜뉴스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백과사전 형식으로 돼 있으니까 잘 모르시는 분들 거기에 접근해서 그걸 보시고 이게 진짜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과거에 가짜뉴스 사건 중에 큰 해프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선기간 동안에 있었습니다.

◇ 정관용>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죠.

◆ 이택광> 프란체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그때 제가 트위터에서 봤는데, 이걸. 사실 가짜뉴스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96만 건이나 공유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사실로 믿게 되고 투표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런 어떤 부작용들이 생기는데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도 굉장히 짧았죠. 22일밖에 안 됐지만 굉장히 많은 가짜뉴스들이 범람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고소고발건으로 이어져서 지금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해프닝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죠.

◇ 정관용> 가짜뉴스는 또 SNS를 통해서 유통이 되다 보니까 이건 아무리 단속한다 그래도 사실 완전히 막기는 어려워요.

◆ 이택광>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가짜뉴스를 가려보는 오히려 청취자분들이 이런 것들을 접했을 때 뭐라 그래야 할까요, 관심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관점들을 가지려고 노력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일단 뉴스를 보면 다른 비슷한 뉴스와 비교해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피곤해졌지만 그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정관용> 특히 자극적인 뉴스일수록 의심하라.

◆ 이택광> 도저히 말이 안 되는 뉴스들이 있거든요, 사실. 큰 경우에는 좀 의심해야겠죠. 대표적으로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런 거는 좀 의심을 살 만한 내용 아니겠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가짜뉴스와 똑같이 또 인기를 끄는 게 팩트체크 아니겠습니까?

◆ 이택광> 그렇죠. 가짜뉴스가 범람하다 보니까 팩폭이란 말도 한때 유행을 했었는데요. 팩트폭격의 줄임말입니다. 팩트를 가지고 그 사람의 논점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걸 팩트폭격이라 그럽니다. 그런 팩폭 역시도 가짜뉴스 덕분에 따라오게 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그런 놀이 비슷한 것들도 있죠. 그 팩트를 가지고서 누가 더 팩트를 잘 체크해서 가짜뉴스를 가려내느냐 이런 분위기들도 온라인상에서는 많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어찌 보면 언론의 기본 사명이 팩트체크인데 이제는 팩트체크라고 하는 별도의 코너를 만들어야 될 정도로 의심해야 될 게 많은 거죠. 두 번째 신풍속도 가짜뉴스, 팩트체크였고요. 그리고 팩트체크였고요. 세 번째 풍속도는요.

tvN ‘콩트앤더시티’에서 개그우먼 장도연씨가 일명 ‘홍대병’에 걸린 환자 연기를 펼치고 있다. ‘콩트앤더시티’ 방영분 갈무리

◆ 이택광> 이런 말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는데 정치홍대병이란 말이 굉장히 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뭐예요, 그게?

◆ 이택광> 홍대 문화 하면 약간 인디밴드라든가 언더그라운드 문화 이런 게 한때 유행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런 정치 지형에서 소수의견을 표명하는 그런 분들을 지칭해서 정치홍대병에 이런 말을 또 하기도 해요. 그게 또 유행이 돼서.

◇ 정관용> 원래 홍대병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 이택광> 홍대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언더그라운드 가수라든지 잘 모르는 그런 마이너한 문화를 즐기는 분들 있잖아요. 주류가 아니고 비주류 문화를 찾아서 즐기시는 분들을 비꼬아서.

◇ 정관용> 홍대병이다. 홍익대학교 입장에서는 별로 기분 안 좋겠는데요.

◆ 이택광> 물론 처음에는 약간 비아냥거리는 투로 너 홍대병 걸렸냐 이렇게 말을 하는 심지어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였어요. 약간은 유머러스한 그런 표현이었는데 이게 정치 문화와 결합을 하니까 약간 심각한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치홍대병 그러면 주류를 찍지 않고 비주류 후보를 찍는 그런 분들을 비꼬아서 지금 한국 같으면 진보정당 지지자들을 비꼬아서 주로 쓰고 있죠, 이런 말들을. 그래서 사표방지 심리와 마찬가지로 정치홍대병이란 말이 유행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역시 뭘 말해 주냐 그러면 정치라는 것이 어떤 입장을 표명하고 그 입장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또 토론을 통해서 그런 입장들을 확인하고 확산시키고 이런 것들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적 트렌드로서 홍대병처럼 하나의 마이너문화를 추구하는 사람처럼 비친다는 거예요. 소수의견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사실 이런 것들은 좀 위험하죠.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정치 예능하고 더불어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그런 결과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바로 그냥 대입해 보면 더불어민주당을 찍어야 정권교체가 되지 왜 정의당을 찍어 이런 게 있죠. 반대로 보수층에서는 그래도 자유한국당으로 몰아야지 왜 바른정당을 찍어 아무튼 그런 목소리. 바른정당 내지는 정의당 쪽을 찍는 사람들을 정치홍대병 이런 식으로 부를 것만 같은데.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지금. 문제는 뭐냐하면 그렇게 되면 사실 다양한 정치문화, 또 정치적 견해 이런 것들이 출현하는 것들을 기본적으로 막을 수가 있죠. 규범을 정해 놓고 그 규범도 사실.

◇ 정관용> 다양성의 저하 이게 문제인 거죠.


◆ 이택광> 지난 촛불이 굉장히 이질적인 어떤 정치적 견해가 모여서 이루어진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물론 거기에는 물론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고 다양한 목소리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촛불의 어떤 여러 가지 요구들을 담아내기 위해서 저는 더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는 양당 체제로는 이런 게 개인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거 아니냐. 좀 더 많은 당을 만들고 이번에도 보수 진영 같은 경우 분열이 됐잖아요. 그렇죠? 그런 다양한 의견들이 수렴되었을 때 보수의 색채들도 다양해지고 당연히 거기에 따른 진보 색채도 당연해지고 우리가 어떤 대의제로서의 정치의 기능들이 더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 정관용> 저는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될 만한 쪽 내지는 대세에 힘 몰아주자 이런 전략투표도 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선택이라고 봅니다. 동시에 소신껏 자기의 뜻이 맞는 또 소수정당이라고 하더라도 더 정치적 다양성을 넓히기 위해서 나는 소신투표하겠다 이것 역시 저는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략투표만 옳다, 소신투표만 옳다 저는 이건 맞지 않다고 보고.

◆ 이택광> 그 둘이 사실 같이 가야 되죠.

◇ 정관용> 그런데 서로가 서로를 욕하면 안 되죠.

◆ 이택광> 저는 이게 선거법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너무 선거구조가 소선거구제 위주고요. 또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대선 같은 경우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가 싹 해결될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제도적 보완을 통해서 제가 앞에서 말씀드렸던 대의제를 강화하는 문제들은 이런 제도의 개혁도 저는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요. 그러다 보니까 금방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런 전략투표와 관련해서 투대문이니 대미안이니 홍찍문이니 안찍팔이니 이런 말이 생겼어요.

◇ 정관용> 무슨 말이에요, 그게?

◆ 이택광> 투대문은 투표해야 대통령은 문재인, 대미안은 대신할 수 없는 미래, 홍찍문은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 안찍방은 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이 된다.

◇ 정관용> 각종 세 글자 신조어가 많이 나왔죠.

◆ 이택광> 여기에 대비해서 유승민 후보 측에서도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었습니다. 유찍유라는 걸 만들었어요. 유승민을 찍으면 유승민이 된다. 재미있는 게 심상정 후보 말의 심알찍입니다.

◇ 정관용> 그건 뭐예요?

◆ 이택광> 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 좀 재치가 있는데요. 말씀하셨던 이런 것들이 역시 전략투표와 관련된 아주 좋은 문화죠, 그러니까. 그런데 이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제도적 개혁들도 따라준다면 더 정치 문화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전략투표, 소신투표 둘 다 옳을 수 있다. 둘 다 옳다.

◆ 이택광> 같이 가야 되는 거죠, 사실.

◇ 정관용> 그러니까 서로 비난하지 맙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홍대병이라고 하는 건 약간 비아냥거린다는 면에서 약간 저는 듣기 안 좋네요.

◆ 이택광> 그런 건 좀 척결돼야 한다고 봅니다.

◇ 정관용> 소신투표를 약간 비꼬는 거니까.

◆ 이택광> 물론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겠지만 그게 상대방의 의견을 축소하는 그런 효과도 있기 때문에, 병이란 말을 붙였기 때문에 약간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 정관용> 이번 대선에 발견되는 새로운 정치풍속도 몇 가지 짚어봤습니다.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수고하셨어요.

◆ 이택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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