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특징은 누가 뭐라고 하건 '촛불대선'이라는 점이다. 장미꽃이 피는 계절이라고 '장미대선'이라고도 하고 '최초의 보궐선거'라고도 하지만 19대 대선은 촛불시민혁명이 만들어낸 '촛불대선'이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2월에 19대 대통령이 취임해야 하지만 9개월여를 앞당겨 5월 10일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연 인원 1700만명에 이르는 촛불시민들이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주인이 아닌 대상으로 전락시킨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 냈기 때문에 치러진 대선이라는 거다.
19대 대선은 '장미대선'이지만 앞으로는 3월 초순에 치러지게 되니 '매화대선'이 될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고질적인 지역구도가 무너지고 세대간 차이가 두드러졌다는 걸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지지율 1,2,3 위를 달리는 후보가 모두 부산 경남지역 출신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지역구도가 이슈로 주목받지 못했다.
일부 후보진영에서는 막판에 지역문제를 계속 부각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성숙한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다음 대선에서도 지역구도는 힘을 발휘하기 힘들것이다.
지역구도가 무너진 대신 세대간 차이가 확연해졌다는 점이다. 투표결과 분석이 나와야 하겠지만 여론조사에서는 2~30대에 이어서 40대와 50대까지 민주당 문재인 후보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반면에 60대 이상은 여전히 국정농단과 대통령 파면이라는 시국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을 이어받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쏠리는 현상이 여전했다는 점이다.
특히 1강 2중 2약의 후보가 단일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면서 후보와 당의 정책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지난해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1위 여당인 새누리당이 2위 국민의당 3위 정의당 4위를 차지하면서 다당제의 모습을 보인데 이어서 대선에서도 다당제의 기틀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당제가 자리를 잡아간다면 지역구도는 점점 희석될 것이고 각 정당도 대화와 타협, 협치를 기본으로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양당제의 극한 대결 방식으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없는 만큼 정치풍토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997년 15대 대선에선 김대중·김종필의 DJP 연합, 2002년 16대 대선에선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2012년 18대 대선에선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주요 관심사이자 최대 변수가 됐었다.
네 번째는 여당없는 선거이면서 보수성향 후보의 분열도 큰 특징 중 하나다.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로,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로 똘똘뭉쳐서 정권을 쟁취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보수세력 내부에서도 수구성향을 보이는 자유한국당과 개혁성향을 보이는 바른정당으로 나눠졌다.
집권당이던 새누리당이 분열하면서 친박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탄핵반대세력은 자유한국당으로 탄핵에 찬성한 세력은 바른정당으로 진로를 바꿨다. 물론 막판에 바른신당 의원 13명이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복귀했지만 유승민 후보가 4위로 5%이상 1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획득하면서 앞으로 '품격있는 보수세력'의 중심을 잡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온다.
다섯 번째는 SNS의 영향력이 어느 선거 때보다 커졌고 TV토론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다는 점이다.
후보들은 지역유세나 기자회견 정책발표 등을 실시간으로 페이스북 방송 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SNS를 주요 홍보수단으로 삼았다.
그동안 'TV 토론회'는 큰 실수만 안 하면 판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토론 방식의 다변화로 후보의 발언이 지지율이나 정치적 움직임으로 직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게 다자구도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구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가짜 뉴스'가 선거 전반을 지배했다 점도 빠뜨릴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선거에 주로 사용됐던 '흑색선전'(마타도어)이라는 표현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지'(찌라시)와 일부 언론의 편향된 보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지자 이런 '가짜 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팩트체크'(사실 확인) 기사가 독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