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은 있고, 수면·식사·임금은 없는 세상"

(사진=tvN신입조연출사망사건대책위 SNS 캡처)
"하루에도 열두 번 언어 폭력을 들었다. 하루에도 몇번 씩 사고가 나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03번 째 제보자)

tvN신입조연출사망사건대책위(이하 대책위)가 8일 방송 종사자들의 새로운 현장 증언들을 공개했다. 고(故) 이한빛 PD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지 반년 만이다.

4월 19일부터 10일 간 운영한 제보센터는 106건의 유효응답을 받았다. 응답 결과, 제작기간 중 스태프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19.18시간에 달한다. 최소 12시간, 최대 23시간이 포함된 결과물이다. 제작기간 중 평균 휴일은 월 4일 뿐이며 주로 따지면 0.9일이 전부다. 말 그대로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대책위는 "그간 드라마 현장의 문제를 듣는 제보센터를 운영했다. 제보센터 내용의 일부를 함께 공유한다. 잠 좀 자자. 욕하지 말라. 밥은 먹자. 일한만큼 돈을 달라. 기본적인 요구다. 이제 우리 현장이 바뀔 때"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폭력·성폭력을 기반으로 한 군대식 문화', '부족한 수면시간, 수면장소 미제공', '임금 지연, 턱없이 낮은 임금', '다쳐도 보상 받지 못하고, 아파도 병원가지 못한다' 등을 방송 제작 환경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책위는 이들 문제점별로 익명 제보들을 분류했다. 이 중 언어 폭력과 성폭력은 빈번하게 방송 제작 현장에서 '관습'으로 치부되며 벌어져왔다.

한 여성 스태프는 "'남자친구 있니? 그럼 처녀 아니겠네?'부터 시작해 '너랑 자고 싶다', '결혼만 안 했으면 내가 확 자빠트리는건데'까지 상상을 초월한 멘트들. 이 바닥은 쓰레기구나, 더럽다라는 말로 합리화시키면서 그냥 물 흘러가듯이 지나보내고 버텼던 것 같다"고 고발했다.

tvN 제작 현장에서는 촬영이 늦어져도 스태프들에게 수면 장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 스태프는 "tvN의 경우 전날 촬영이 오버돼 집에 갈 수 없을 때, 또는 지방 촬영시 촬영팀이 묵을 숙소나 비용이 제공되지 않고 사비로 찜질방에 가야 한다"고 폭로했다.

방송 스태프들에게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도 사치였다. 임금을 떼이는 일도 부지기수였기 때문.

한 스태프는 "처음 나간 현장에서 사수에게 임금을 떼여 일급 2만원 정도를 받고 일했다. 문제 제기를 하자 내가 너 경험 시켜주는 건데 페이 이야기를 왜 하냐며 싸가지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제작 도중 다치거나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기 어려웠다. 제보에 따르면 연속적인 밤샘 근로에 운전까지 병행하다 사고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FD 시절 과로로 쓰러졌다는 한 제보자는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하며 일을 하다가 새벽에 과로로 쓰러진 적이 있었다. 모두 퇴근하고 혼자 뿐이었고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몇 시간이 지난 후 정신을 차렸는데 방송국 복도였고 아침에 양해를 구하고 병원에 다녀오려고 했다. 그 때 PD가 '일하기 싫어서 농땡이 부리러 가느냐'고 하더라"고 고백했다.

대책위는 이 같은 비정상적인 방송 제작 환경을 꼬집으며 고(故) 이한빛 PD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우리는 고인의 죽음이 또 다시 묻히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다.
만드는 사람도 행복한 드라마를 보고 싶다. 현장, CJ부터 바꿔달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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