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취재진의 질문은 정현에게 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정현은 최근 ATP 투어에서 잇따라 상위 랭커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오픈에서 정현은 세계 31위, 21위를 잇따라 제압한 데 이어 '클레이 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5위 · 스페인)에 비록 졌지만 접전을 펼쳤다. 지난 주말 독일 뮌헨에서 열린 BMW오픈에서는 세계 랭킹 16위 가엘 몽피스(프랑스)를 완파하는 등 한국 선수로는 이형택(41) 이후 10년 만에 투어 4강에 올랐다.
다만 정현은 이번 서울오픈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정현은 "오늘 아침 귀국해 내일 바로 경기를 치르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면서 "(2부 리그 격인) 챌린저보다는 투어 본선에 대비해 부상을 방지하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이덕희, 권순우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은 정현의 뒤를 이어 한국 테니스를 이끌 미래로 기대를 모은다.
이런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덕희는 이날 회견에 앞서 서울시청 입단식도 치렀다. 연봉은 1억 원이지만 향후 성적에 따라 더 많아질 수 있다. 이덕희는 이날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한국 선수로는 정현(66위) 다음으로 높은 142위에 올랐다.
권순우도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세계 랭킹은 263위지만 지난달 55위이자 2006년 호주오픈 준우승자인 마르코스 바그다티스(키프로스)를 꺾기도 했다. 지난 3월 일본 게이오 챌린저 대회(총상금 5만 달러)에서도 준우승하는 등 최근 급성장세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정현과 격차는 적잖다. 그래도 정현의 존재는 이들의 롤모델이자 자극제다. 이덕희는 "정현 형이 원래 잘하는 것 안다"면서 "형을 배우고 그 뒤를 따라 큰 무대에서 함께 뛰고 싶은 꿈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순우도 "정현 형은 기본적인 공도 안정적으로 치더라"면서 "꼭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 출발점은 서울오픈 우승이다. 이덕희는 "지난주 김천 대회도 그렇고 꼭 나를 이긴 선수가 우승하거나 좋은 성적을 냈다"면서 "이번에는 징크스를 깨고 내가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권순우도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면서 "서울오픈에 이어 다음 주 부산오픈 챌린저(총상금 15만 달러)가 있는데 여기서 잘 하면 100위 안에도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이덕희와 권순우가 정현의 길을 따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