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인터뷰 ① 조여정, '완벽한 아내' 결말이 맘에 들었던 이유 )
일문일답 이어서.
- 그동안의 인터뷰에서 '불친절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막연한 거긴 한데, 제가 눈도 동그랗고 생긴 게 좀 동글동글한 이미지여서 이런 사람이 불친절하거나 행동이 나쁘면 되게 배신감 들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또 사람들이 보기에 그런 모습이 좀 더 새롭지 않을까 싶었다. 이은희라면 불친절한 여자이지 않을까 해서. 너무 호감인 인상으로 나오는데 이 여자가 배신감을 주면 되게 새롭겠다 싶었다.
- 영화에서는 불친절한 캐릭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방자전'도 그렇고 불친절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그런 것에 제가 좀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 이런 쪽으로 캐릭터가 굳어질까 걱정되지는 않나.
저는 매번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선택했다. (비슷해 보여도) 분명 조금씩은 다르겠죠. 언젠가는 분명히 안 해 본 걸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해왔던 것들과 안 겹치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너무 좋죠.
- 그렇다면 차기작에서는 '불친절한 여자'가 아닌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인가.
그건 제 의지와 상관없다. 왜냐면 (대본이) 들어오는 걸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항상 작품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한 작품) 끝나고 나서 뭐가 있을지는 늘 궁금하다.
'이혼변호사'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다시) 드라마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용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용인데 체력은 버거우니까 에너지 끌어올리는 게 힘들었다. 배우의 덕목은 체력 같다. 그때 이후로 체력을 위해 무용을 쭉 배우고 있다. '베이비시터'는 4부작이니까 뛰어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딱 보기엔 매력적인데,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해 보자. 나란 배우가 이걸 할 수 있는지, 해내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해 보자 싶었다. 연출이 저와 성향이 너무 비슷하더라. 그래서 즐겁게 찍었다. 배우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연출로 다 채워주시더라. 앵글, 음악, 편집 등등. (작품에) 제가 한 것 이상의 것들이 사실 많이 담겼다. 너무 좋았다. 영화 같은 드라마 한 편을 내가 커리어로 가졌구나 하는 생각. 그때 CP셨던 홍(석구) 감독님을 '완벽한 아내'에서 만났다. (이은희는 그간 했던 배역과) 아예 다른 인물이더라. 나한테 더 나올 게 있을까 했는데. 여배우가 현실적으로 30대 중반이 되면 로맨틱코미디만 할 수는 없다. 나이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작품들은) 20대 배우들의 이야기가 많으니까, 무대가 좁아지는 것에 대한 체감은 확실히 있다. 시도조차 안 하면 (제가) 뭐는 못하고 뭐는 해낼 수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움츠러들 것 같아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있다.
- '베이비시터' 때 연기가 좋아서 '단막극의 아이콘'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것으로 안다.
반응이 확 와 가지고 깜짝 놀라고 감동받았다. (4부작이라) 2주면 끝나는 게 아쉽더라. 그래도 호응을 해 주셔서 신기했다.
- 하지만 과거에 '해운대 연인들'을 찍을 때에는 어색한 사투리 연기로 혹평받기도 했다.
어느 날 촬영장에 갔는데 다들 저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거다. 감독님이 오시더니 '괜찮아'라고 해 주셨다. 제가 '뭐가요?' 하니까 인터넷 못 봤냐고 물으셨다. 중요한 건 저는 한다고 한 게 그거였던 거다. 진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사투리 연기는) 다시 안 하지 않을까. 내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얼른 인정해야 한다. 그럴 시간에 빨리 연습을 해야지. 더 못하면 안 되지 않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되 주눅이 들면 안 된다. 그럼 현장 스태프들에게 의미가 없다. 주눅든 주인공을 위해서 50~60명의 스태프들이 밤을 샌다? 그런 배우를 위해 조명 들고 카메라 들고 밤을 샌다? 주인공들은 (촬영장을 이끈다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언제인지 모르겠다. 다만 그때그때 호응해주시면 너무 좋다. 제가 인기가 있다니! 이런 얘기가 제일 신기하다. 가수들은 (팬들을) 한자리에 모아놓는 자리가 있지 않나. 저는 팬클럽도 없거든요. 오늘 제일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기자 분들이) 막 다녀가시면서 얘기를 해 주시니까. 저는 (이런 반응을) 느낄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얘기 많이 듣는 것 좋아한다.
- 오늘 인터뷰에서 '시도'라는 말이 꽤 자주 나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시도를 할 것인지.
되도록 제가 많이 안 해 본 것을 하려고 한다. 그게 이 직업의 매력이니까. 경험해보지 못한 걸 집중하고 상상해서 진짜 그 사람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 누군가 그랬다. 우리(배우)는 마술사라고. 겪지 않은 일을 보여주면서도 사람들에게 '맞아, 저 사람은 저래' 하고 끄덕거리게 할 수 있는 마술사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여러 가지 해 보고 싶다. 물론 업계에서 찾아줘야 한다. 저는 앞날을 길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라 몇 살 때까지 일하고 싶다 이런 건 잘 모르겠다.
- 작품을 안 할 때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재밌게 지내려고 한다.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사실 여행이 재밌고 좋다. 영화, 책도 최대한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또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연애도 틈틈이 한다. 공개를 못하고 조심하면서 할 뿐이지. 잘 쉬어야 다음 작품에서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저는 다행히 술을 잘 못 마셔서 술로 문제될 일은 없는 것 같다. 배우는 잘 살기가 어려운 직업 같다는 생각도 한다. 한국에선 분명히 여배우에 대한 엄한 시선이 있을 거다. 저도 뭐 비슷하다.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러면서 '나도 조심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다만 자유로움을 아예 잃으면 정체될 것 같다. 제가 인간관계가 좁고 깊은 편인데, 그 사람들은 저를 잘 알면서도 자유로운 영혼들이고 정체되어 있지 않다. 재밌게 잘 사는 사람들이다. 제가 인복이 많다. 주변에 있는 오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늘 도움을 준다. 적당히 즐길 줄 아는 건강한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