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한국당으로 탈피하는 과정에서 취했던 가장 상징적 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대선을 불과 3일 앞두고 '친박당'으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당으로 복귀하게 된 바른정당 탈당파는 결과적으로 본인들이 비판해왔던 친박계를 부활시켜 준 셈이어서 정치적 부담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스트롱홍 표 계엄령'…실상은 친박계가 '보수통합' 허락?
홍 후보는 당 지도부를 거치지 않고, '대선 후보 직권'이라는 강력한 수단으로 징계 해제를 결정했다. 친박 핵심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은 물론,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권석창, 김한표, 이완영 의원과 이완구 전 의원 등 7명의 징계가 한꺼번에 풀렸다. 탄핵 국면에서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났던 친박 정갑윤 의원도 복귀 조치했다.
그 근거로는 당헌 104조의 당무우선권을 들었다. 한국당 이철우 사무총장은 "당무우선권은 대통령의 긴급 명령권과 같다"며 "계엄령을 선포했는데 누가 뭐라고 하냐"고 당내 반발 가능성을 차단했다.
스트롱맨을 자처한 '홍준표식 정면돌파'인 셈이지만, 오히려 당내 비주류로서의 위태로운 입지가 부각됐다는 정반대의 분석도 나온다.
'바른정당 탈당파의 한국당 복당'은 홍 후보의 막판 승부수와도 같았지만, 당 주류인 친박계는 '탄핵 찬성세력'을 받아줄 수 없다고 반발했었다. 이에 홍 후보는 '징계 해제 카드'를 제시했고, 친박계가 받아들이면서 이번에 바른정당 탈당파 13명도 한국당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사실상 대선후보가 친박계에 '보수통합'을 허락받은 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일련의 과정 때문이다.
이로써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가 대선 국면 직전까지 힘겹게 추진했던 '친박 문책'은 한 순간에 무산됐다. 홍 후보도 줄곧 '친박 청산'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지만, 측근들 사이에서는 "제명을 시도했다가 실패할 경우 후보가 쫓겨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 선택의 배경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정치권, "친박당의 부활" 일제히 비판…바른정당 탈당파도 '가시밭길'
정치권은 홍 후보의 선택이 '친박당의 부활'을 뜻한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윤관석 공보단장은 "국정농단 세력의 숙주 한국당이 석달 만에 '도로 양박(양아치 친박)당'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 손금주 수석 대변인도 "바뀐 당명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결국 완벽하게 '도로 친박당'이 됐다"고 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 한창민 대변인도 "적폐의 근본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은 아예 입을 열지 않았다.
한국당내에서도 이번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내세워 '직권 조치'를 한 건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등이 비상대책위원회 소집 요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지도부가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 대행은 '인명진 체제' 하에 새로 임명된 당협위원장들이 반발하는 상황 속에서 비대위를 열어 바른정당 탈당파를 복당시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바른정당 의원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새롭게 당협위원장들을 임명한 건데, 다시 (바른정당 의원들이) 돌아오겠다고 하니까 향후 공천 경쟁 등을 우려해 반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당권을 바라보는 정 대행이 이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졸지에 무소속 신세가 될 뻔 했던 바른정당 탈당파들은 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길이 열렸지만, '소신 대신 현실을 택했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본인들이 '패권주의', '수구세력'이라는 표현으로 거세게 비판해왔던 친박계를 복권시켜주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별 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잠행(潛行)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