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인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연인과 손잡고 나온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거리 노점에서 연인들이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고, '맛집' 앞에는 대기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마스크를 낀 사람은 10명중 2명꼴에 불과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이 모(20) 씨는 "화장이 지워질까봐 걱정되고 숨 쉬는 것이 불편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 나온 김 모(23) 씨도 "미세먼지가 평소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어디서든 미세먼지를 먹을 수 있는 건데 항상 마스크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귀찮은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의 어린이날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미세먼지와 황사를 뚫고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가족들도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하지만 이 씨는 "돌아다녀보니 콧물이 나고 눈도 매워 빨리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며 눈을 연거푸 깜빡였다.
김경희(37) 씨는 "딸아이한테 마스크를 쓰여도 계속 벗으니 서로 기분만 상해 차라리 쓰지 않게 된다"면서 "그렇다고 부모인 우리만 쓰기도 그렇다"고 손사래를 쳤다.
기상예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아내와 같이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정회광(44) 씨는 "예전부터 기상예보가 맞는 경우를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져도 정작 날씨가 괜찮았던 적이 많아 어느 순간부터 신경 쓰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되더라도 집에 있어 답답한 것보단 낫다고 말한다.
김 모(82) 씨는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언젠가는 아플 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만나고 싶어 산책 겸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살 돈으로 차라리 끼니를 때우거나 술을 마시겠다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김평철(77) 씨는 "100원, 200원도 아까운데 몇 천원이나 하는 마스크를 어떻게 사겠느냐"면서 "차라리 그 돈으로 막걸리를 사서 하루 종일 기분 좋은 게 낫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 대륙의 1/6을 뒤덮은 '역대급' 황사와 미세먼지는 다음날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