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을 반복하며 흔들렸던 당내 기반도 탈당 사태를 겪으면서 단단하게 결집됐다. 13명의 의원이 탈당한 결과, 남은 의원들의 개혁 성향 순도(純度)가 오히려 높아졌다. 역풍을 맞은 탈당파 일부가 잔류 쪽으로 회군하면서 20석 규모의 원내교섭단체 자격도 유지됐다.
유 후보로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세론을 이어가는 상황도 나쁘지만은 않다. 반문(反文‧반문재인) 심리에 기댄 전략 투표의 승산이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소신 투표 기류가 확산될 경우 최대 걸림돌인 사표심리를 극복할 수 있다.
유 후보에게 새로 생긴 호재는 ▲동정론 ▲개혁보수 결집 ▲소신투표 가능성 상승 등 세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바른정당 탈당파가 자기 당 후보의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한때 적폐로 규정했던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사태는 동정론 확산이라는 반전을 일으켰다. 동정론은 당원가입 숫자와 후원금이 증가한 지표로 확인됐다.
바른정당 사무처에 따르면 탈당 사태가 터진 지난 2일부터 4일 오후 3시까지 3일 간 온라인으로 가입한 당원은 4069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1일까지 온라인으로 가입한 130명 당원의 30배가 넘는 폭발적 증가세다. 같은 기간 후원금이 3억3730만원 걷혔는데, 3월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모금된 2억8천만원보다 많다.
그간 5% 미만으로 저조했던 지지율도 일부 여론조사에선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실시돼 탈당 역풍이 일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6%의 지지율을 얻었다. 3~4% 선에서 맴돌던 추세와 비교하면 급상승한 수치다.
동아일보가 이날 보도한 조사에서도 5.7%로 전체 5위에 그쳤지만, 같은 기관에서 지난달 18~19일 조사한 결과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게 상승했다. 특히 세대별로 2030세대, 지역별로 수도권‧TK 등에서 선전했다. '개혁 보수' 이미지가 바닥민심에 먹혀들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몸값 뛴 劉, 文‧安‧沈 동시 ‘러브콜’
탈당파가 '제 살 길 찾기 위해 투항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한국당은 기득권 중심의 '낡은 보수', 바른정당은 새로운 '개혁 보수'라는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반전이다.
유 후보는 그간 진보 진영으로부터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한 '적폐의 일부'라는, 보수 진영에게선 탄핵을 주도한 '배신자'라는 이중의 굴레에 갇혀 고전했다. 하지만 한국당과의 차별화가 부각된 결과 '적폐' 프레임은 약화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각 당이 바른정당과 유 후보에게 던지는 메시지에서도 확인된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 2일 인터뷰에서 "대통합정부 구성을 위해 개혁적인 보수까지 함께 할 수 있다"며 바른정당과의 협치 가능성을 열어 놨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아예 노골적으로 유 후보를 응원했다. 지난 3일 강원도 춘천 유세에서 "이 자리에 보수 유권자가 있다면 심상정 말고, 유승민을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바른정당이 선거연대 대신 정의당 식의 독자적인 이념정당 노선을 천명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이날 경북 구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당선되면 (유 후보에게) 경제 분야를 부탁하고 싶다"며 자신의 예비 내각 영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다만 유 후보 측은 "안 후보가 유 후보에게 경제 분야를 맡기고 싶다면 유 후보에게 투표하면 된다"며 '구애'에 퇴짜를 놨다.
유 후보는 이날 한양대‧홍익대‧서울 대학로 등 대학가를 돌며 비교우위가 확인된 수도권 젊은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
홍대 유세 과정에선 "박근혜가 싫어서 문재인을 찍고, 문재인이 싫어서 안철수 찍는다고 한다. 누가 싫어서 누구를 찍는 선거, 이제 하지 맙시다"라며 소신 투표를 촉구했다. 인물론에 근거한 소신 투표 기류로 낮은 지지율에서 비롯된 사표심리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최근 호전된 분위기가 탈당파에 대한 역풍의 결과라는 점에서 일부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좀 더 확실한 지지 기반을 쌓는 것이 다음 단계의 숙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