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장 "5월2일 세월호 보도, 불행한 사건"

김성준 보도본부장도 재차 사과

SBS 박정훈 사장(왼쪽)과 김성준 보도본부장(오른쪽)이 5월 2일 세월호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SBS 제공)
SBS가 지난 2일 방송된 '해수부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보도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박정훈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제작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불행한 사건"이라고 밝혔고, 김성준 보도본부장 역시 "저희 뉴스를 믿어주신 시청자들에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정훈 사장은 4일 담화문을 내어 "지난 5월 2일, 8뉴스에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 인양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제목을 달고 함량 미달의 보도가 전파를 타고 말았다. 확인 결과 기사내용의 부실함뿐 아니라, 이를 방송 전에 확인하고 검증해야 하는 게이트키핑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채 기사 작성의 기본인 당사자들의 사실 확인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 조직원들이 피땀 흘려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5월 2일의 세월호 보도는, 직접적으로는 세월호 유가족과 특정 대선후보뿐 아니라,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많은 노력을 해온 보도,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불행한 사건이었다"고 평했다.

박 사장은 "저널리스트의 손에는 늘 양날의 칼이 쥐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 칼은 사실에 입각해 아주 조심해서 사용해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자신도 다치지 않는다. 절제되지 않은 권력과 언론은 그 자체로 폭력이라는 사실을 최근 우리 현대사를 통해 절감하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오늘 저는 이 보도를 취재한 부서나 특정 개인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보도가 바로 우리의 현재이고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돌아볼 줄 알아야 미래에 발전이 있다"며 "다시는 이번 일과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조사 뿐 아니라 내부시스템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이럴 때일수록 우리를 나약하게 만드는 반목과 분열 대신 이번 사건에서 절절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다시 매진하자. 저를 포함한 SBS 가족 모두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냉정하게 성찰하고 공동체 의식으로 이 위기를 돌파해 나가자"고 밝혔다.

3일 SBS '8뉴스'의 사과방송 (사진='8뉴스' 캡처)
SBS '8뉴스' 앵커인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같은 날 오전 열린 'SBS 2017 국민의 선택' 기자간담회에서 5월 2일 세월호 보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김 본부장은 "어떻게든 공정하고 객관적인 뉴스를 하려고 노력해왔는데, 그 노력을 다른 외부의 압력이 아닌 스스로의 실수로 크게 훼손한 것에 대해 보도본부장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누구보다 저희 뉴스를 믿어주신 시청자분들께 크게 죄송하다. 물론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 거라 약속드리고, 책임 문제도 분명하게 가려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보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보도를 했다는 의혹은, 이런 보도로 우리가 얻는 게 있을 때 성립된다. 하지만 누가 당선이 되어도 원내 과반을 유지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정치상황에서 이 보도로 누가 당선되든 우리가 얻는 게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취재기자가 처음 발제한 기사와 게이트키핑 후 최종 송고된 기사가 다르다는 노조의 지적에 대해서는 "데스크가 압력을 받았다고 생각하시거나 정파적인 이익을 얻으려고 이렇게 했나 하고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런 건 아니고 좀 더 먹히는 기사를 쓰고 싶었던 욕심, 눈에 띄는 제목을 쓰고 싶었던 욕심이 들어가다보니 이상한 제목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SBS는 2일 메인뉴스 '8뉴스'에서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교체 가능성을 두고 태도를 바꿨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때 "솔직히 말해서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 정권 창출되기 전에 문재인 후보한테 갖다 바치면서 문재인 후보가 약속했던 해수부 제2차관, 문재인 후보가 잠깐 약속했거든요. 비공식적으로나, 공식적으로나. 제2차관 만들어주고, 수산쪽. 그 다음에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고. 이런 게 있어요"라는 해수부 공무원 발언이 들어간 것이 문제가 됐다.

해당 보도는 3일 오전 삭제됐고, 3일 오후 김성준 보도본부장이 공식사과문을 올렸다. 같은 날 '8뉴스'에서도 리포트 앞머리에서 5분 동안 사과방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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