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볼래?' 초등생 유괴 시도 '봉고차 괴담' 확산

일부 사실로 확인…40대 남성 붙잡아 수사 중

경기 의정부시와 서울 은평구 등 수도권 일대에 초등생 유괴 시도 괴담이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현재 검찰과 경찰이 40대 남성을 입건해 수사 중으로, 괴담의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4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경기도 의정부시내 A 초교 주변에서 40대 남성이 여자 초등생을 차에 태우려고 유인했다는 글이 학부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이 글은 인터넷과 학부모들의 입을 통해 인근 학교 등으로 빠르게 전파됐고 A 초교 학생이 아예 유괴된 것처럼 퍼져나갔다.

비슷한 시기 의정부시와 가까운 서울 은평구 일대와 구리, 남양주 등 경기북부지역에도 유사한 소문이 확산했다.


'학교 주변 아파트에서 회색 봉고차를 탄 남자 두 명이 차 안에 강아지가 있는데 구경하라는 식으로 접근해 학생을 태우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더 구체화한 내용이다.

가까운 두 지역에서 유괴 소문이 퍼진 데다 일부 학교에서 알림장 등을 통해 가정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자 학부모들의 불안이 가중됐다.

은평지역의 유괴 시도 소문의 경우 누군가 잘못 보고 퍼뜨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해당 지역 경찰서는 파악했다.

그러나 연합뉴스 취재결과 의정부지역 소문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달 17일 오후 A초교 주변에서 B(12)양이 이번 소문과 비슷한 일을 당했고 B 양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시작됐다.

B 양은 경찰에서 "어떤 아저씨가 차 안에서 창문을 내리고 '얘기 좀 하자'며 말을 건 뒤 아르바이트를 권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B 양에게 접근한 승용차 한 대를 찾았고 차적을 조회해 40대 남성 C씨를 조사했다.

C 씨는 인접 도시에서 살고 5∼7살 두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으로 알려졌다.

C 씨는 경찰에서 "단지 뭘 물어볼 것이 있어서 창문만 내리고 얘기를 하자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로 C씨를 불구속 입건, 지난 1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슷한 사례를 검토해 이번 사건을 유괴 예비 단계로 보고 최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며 "B 양의 부모가 이 사건을 학교에 알린 뒤 입소문을 타면서 상당수 와전된 것 같다"고 확산 자제를 당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미성년자 관련 사건인 만큼 철저하게 수사해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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