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진명 "5·9조기대선은 '심판의 날'이다"

[이젠 투표다 ④-ⓐ] "투표 포기 않는 것…정치 바로잡는 첫걸음"

지난 겨우내 불타오른 촛불로 꽃피운 5월 9일 조기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여정에 함께하고 있는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길잡이가 될 만한 문화계 인사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레드벨벳 아이린·슬기 "좋은 미래 위해 꼭 투표하세요!"
② '특별시민' 곽도원 "최악의 지배 싫으면 정의롭게 투표"
③ '부산행' 감독 연상호 "두려워 말고 소신껏 투표하라"
④-ⓐ 작가 김진명 "5·9조기대선은 '심판의 날'이다"
④-ⓑ 작가 김진명 "다음 대통령 사실상 결정됐다…다만"
④-ⓒ 김진명, 보수에 간절한 호소…"이대론 한국 수명 7년"
<계속>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방송 TV토론회에 앞서 투표 참여 독려 피켓을 들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글과 말로 한국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진단과 전망을 던져 온 작가 김진명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조기대선의 본질은 '심판'에 있다"고 역설했다.

"말 그대로 보수 정권에 대한 심판이죠. 그들에게 (나라를 운영할) 기회를 줬는데,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터져 버렸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주 엉망이었고, 당 역시 대통령 못지않게 엉망이었습니다. 이번 조기대선의 본질이 그들에 대한 심판일 수밖에 없는 이유죠."


김진명은 "이번에야말로 선거의 기본 의미에 충실해야 한다"며 "선거는 누가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경시하기 쉽고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게 되지만, 확고부동한 심판의 의미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선거의 심판 기능을 포기해 버리면 결국 (그 사회는) 엉망이 됩니다. 한국 정치권의 문제는 저질 정치인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왜 이러한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았는가를 짚어 보면, 우리가 그러한 사람들을 뽑아 왔기 때문입니다. 왜 정치권에 고급 인간들이 많이 못 들어갈까요. 그만큼 그 사람이 내놓는 정책이나 살아 온 길, 가치관을 고려하지 않고 기분에 의해, 소문에 의해, 편견에 의해 뽑아 왔기 때문이죠."

결국 "냉정하게 봤을 때 지금 우리 정치권의 수준이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진명은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가치관의 부재에 있다"며 말을 이었다.

"조선 500년간 통치의 근간이 된 유교는 충효예를 강조합니다. 먼저 충은 '너를 바치라'는 명령입니다. 임금이 아무리 엉망이어도 복종해야 했죠. 효 역시 '나'보다는 집안의 가장을 중요시했고, 예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독립된 윤리도덕 의식을 갖는 것보다는 남에게 맞추라는 명령이었어요. 결국 '자기'가 없는 문화를 조선 500년간 유지해 온 것이죠. 그나마 선비정신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 역시 일제 침략 이후 대다수 선비가 머리를 깎고 이름마저 일본식으로 바꾸고, 임금조차 일제에 꼼짝 못하는 것을 보면서 백성들이 무슨 생각을 했겠어요. '이거 아무 것도 아니구나' '돈이 제일이구나'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거죠."

◇ "투표, 마치 배우자 고르듯이 아주 신중하게 임해야"

작가 김진명(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김진명은 "현재 우리 사회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 '돈 없으면 죽는다'는 인식 아래 놓여 있다"며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봐도, 대통령마저 숭고한 5000년 역사의 사명감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오로지 돈을 위한 짓을 벌였다"고 질타했다.

"돈을 제일로 여기는 가치관의 부재는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의 부재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한국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짐승이나 벌레 수준으로 살도록 밀어붙이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를 봅시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지닌 사람이 그러한 일에 맞닥뜨리게 되면 '나의 할 일은 학생들을 구하는 것'이라며 어린 아이들을 위해 죽음까지 불사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세월호 선장, 선원들을 비롯해 박근혜 정권의 권력자들은 모든 책임을 던져 버렸어요.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벌레, 짐승의 행태를 보인 거죠."

그는 "서로를 조급하게 공격하는 지금의 대선 분위기에서는 이야기 되기 어렵더라도, 가치관의 부재 문제는 대선 이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새 정부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치유하는 일을 맡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당장 눈앞에 다가온 대선 투표에 매우 진지하고 충실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이 김진명의 지론이다.

"투표를 너무 하찮게 받아들이면서 엉뚱하고 가벼운 동기로 임해 오지는 않았나라는 고민이 필요해요. 선거와 투표를 진지하게 대하는 풍조만 생겨도 정치는 굉장히 나아집니다. 정치인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모습도 되돌아봐야겠죠. '저 정치인은 왜 저럴까' 보다는 '내가 저런 사람을 왜 뽑았을까'라는 식으로요. 이번 선거에서 비록 정말 좋아하고 존경할 만한, 계층·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최고의 후보가 없더라도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마치 배우자를 고르듯이 아주 신중하게 임해야 해요. 그것만이 우리나라 정치를 바로잡아 가는 첫걸음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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