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코딱지들에게, 직장·여친도 접어주고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

'코딱지들, 여기보세요. 참 쉽죠?' 이런 유행어 혹시 기억나세요. 1988년부터 1990년대 TV 유치원 하나둘셋을 시청했던 분이라면 아마 다들 기억을 하실 겁니다. 바로 추억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 얘기인데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도 열심히 종이접기를 전파하면서 지금 종이접기 한류를 이끌고 있답니다. 오늘 어린이날을 앞 두고 화제 인터뷰에서 그분을 모셨습니다. 영원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 연결을 해 보죠. 김영만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영만>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참 5월과 잘 어울리시는 분이네요.

◆ 김영만> 아유,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요즘 많이 바쁘시죠?



◆ 김영만> 바쁠 때 있고 한가할 때도 있고 그런데 5월 들어서 약간 좀 바쁘네요.

◇ 김현정> 제가 앞에서 잠깐 흉내를 내기는 냈습니다마는 원조가 나오셨으니까 직접 한번 여기 앞에 코딱지들 모여 있다 생각하시고 인사 한번 해 봐주시겠어요?

◆ 김영만> (웃음) 어이, 코딱지 친구들 잘 있었니? 너무 힘들지? 힘내세요. 여러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파이팅!

◇ 김현정> 딱 그때 그 톤이 나오시네요? (웃음)

◆ 김영만> 그래요? 감사합니다.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
◇ 김현정> 아마 지금도 그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분들 많으실 텐데 해외로도 종이접기를 전파하러 다니셨다면서요?

◆ 김영만> 네, 거의 한 20년 가까이 됐어요. 제가 배웠던 여러 가지 종이접기를 그런 해외에도 전파를 하자는 그런 봉사단이 따로 모여 있어요. 그래서 매년 연락이 오거나 해외에서 연락이 오면 생각을 안 하고 무조건 나가서 종이접기 보급을 하고 그래요.

◇ 김현정> 그렇군요. 해외에 나가서 종이접기를 가르치다 보면 생전 처음 접어보는 아이들도 있겠어요?

◆ 김영만> 거의 색종이가 뭔지도 모르고 풀이 뭔지도 모르는 그런 나라에 가서 저희가 바리바리 싸갖고 다 나눠주기도 하고 같이 접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너희들을 위해서 이렇게 와서 많은 걸 가르쳐주고 그런 쪽을 많이 포함을 하죠.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영원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 제가 조사를 해 보니까 처음 종이접기를 시작하신 계기가 사업에 실패하면서부터시라면서요?

◆ 김영만> 네네. 저는 지금 생각해 보니까 진짜 사업 실패 잘했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정말 제대로 실패하셨네요. 무슨 사업을 하셨어요?

◆ 김영만> 광고대행사를 하려고 에이전트 사무실을 내려고 하다가 잘 안 되더라고요. 갑자기 노숙자가 돼가지고 일본에 자료 조사하러 들어갔다가 일본 꼬맹이들이 종이접기를 하는 걸 보고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나라 아이들은 과연 어느 정도 하나 봤더니 거의 황무지였었어요.

◇ 김현정> 그렇죠.

◆ 김영만> 열일 다 젖혀두고 개발하기 시작하고 강의 다니기 시작하고 그렇게 해서 퍼져나갔죠.

◇ 김현정> 도대체 종류로 따지자면 몇 개나 접으실 수 있을까요?

◆ 김영만> 대학노트로 기록해 놓은 건 한 20, 30권 돼요. 한 1만 개는 넘겠다 생각돼요.

◇ 김현정> 세상에. 그러면 이게 처음에 교본을 갖고 시작하셨겠지만.

◆ 김영만> 교본도 없었어요.

◇ 김현정> 교본도 없었습니까?

◆ 김영만> 네,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머리서부터 시작한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그야말로 주무시다가도 아이디어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서 기록하고?

◆ 김영만> 네, 저희 집은 유별나게 각 방에 색종이, 풀, 가위가 있어요.

◇ 김현정> 각 방마다? (웃음)

◆ 김영만> 제 차에도 있고. (웃음) 특히 운전할 때 생각이 많이 나잖아요, 그렇죠? 그러면 갓길에 세워놓고 대충 접어서 놓고 목적지 가서 그다음에 집에 가서 그걸 다시 정리를 하고 기록을 하고 하죠.

◇ 김현정> 세상에, 정말 장인이십니다.

◆ 김영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재작년에 왜 마이리틀 텔레비전 나오셔서 거기 출연하셨을 때 다들 눈물바다가 됐던 것, 예전에 그 생각이 나면서 동시에 예전에는 그게 그렇게 안 만들어지던 것이…

◆ 김영만> 네. 맞아요. 이제 다들 어른이 됐잖아요, 이제.

◇ 김현정> 이제 어른이 돼서 뚝딱뚝딱 잘 만들어지는데 또 그게 그렇게 슬픈 거예요. '내가 이렇게 컸구나'

◆ 김영만> 그런데 댓글들 이렇게 올라오는 걸 보니까요. 어른이 돼도 못한다고 하는 친구들이 한 반은 올라오더라고요.

◇ 김현정> 그때 뭐라고 하셨냐 하면 잘 안 된다는 글이 올라오니까 '여러분, 틀려도 괜찮아요' 그러셨잖아요. 그것도 되게 울컥하더라고요.

◆ 김영만> 네. 그 아이들 종이접기 할 때도 하는 소리예요. ‘틀려도 괜찮다.’ 그게 다 칭찬이거든요.

◇ 김현정> 그게요?

◆ 김영만> 네. '야, 너 왜 틀렸어' 이거보다 '틀려도 괜찮아, 다시 한 번 해 봐' 그랬을 때의 그 아이들한테 용기를 주는 게 저는 쭉 오랜 경험에서 얻은 거거든요. 역시 청장년들도 마찬가지예요. '틀려도 괜찮다' 지금 뭐 안 된다고 그래서 요즘 5포, 7포 하는데 왜 포기하지 말고.

◇ 김현정> 그래요. '코딱지들아, 코딱지들아' 하시잖아요. 그 애칭은 어떻게 나온 거예요?

◆ 김영만> 그게 아이들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이 집중력이 굉장히 떨어져요. 오래 하나에 몰두하지를 않아요, 아이들은.


◇ 김현정> 맞아요, 그렇죠.

◆ 김영만> 그래서 제가 종이접기를 할 때 처음에 친구들 안녕, 종이접기 할까요. 세모를 접을래 하고 아이들 얼굴 보면 이미 딴 짓해요. 그때 툭 튀어나온 게 어이, 코딱지들. 이러니까 애들이 다 쳐다보는 거예요.

◇ 김현정> 재미있어서?

◆ 김영만> 자기네들은 코딱지가 아닌데. 나보고 코딱지라 하나. 그러고 나서 얼른 그다음 과정을 넘어갔죠.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
◇ 김현정> 재미있네요. 주의 집중용 단어군요, 코딱지? (웃음)

◆ 김영만>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거는 꼬마들보다 우리 청장년들이 더 좋아하는 거예요, 그 코딱지라는 말이.

◇ 김현정> 맞아요.

◆ 김영만> 어떤 친구는 댓글에 코딱지라고 한 번만 더 불러주세요, 이게 올라오더라고요.

◇ 김현정> 그 많은 코딱지들 중에서 아이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면?

◆ 김영만> 제가 대학이나 직장인들 토크 콘서트를 자주 가는데 우스갯소리로 선생님 부탁 하나 있어요. 뭐예요? 저 직장 좀 접어주세요.

◇ 김현정> 취직할 직장 좀 접어주세요?

◆ 김영만> 그리고 여친 좀 접어주세요. 이런 친구들 있고. 그럴 때마다 솔직히 얘기해서 속은, 속으로는 진짜 눈물이 나와요.

◇ 김현정> 진짜 접어주고 싶으시죠, 진짜.

◆ 김영만> 네, 진짜 접어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그래요.

◇ 김현정> 그러네요. 끝으로요, 선생님. 이제 조금 있으면 어린이날 5월 5일인데 어린이들에게 또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들한테 멋진 말 끝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 김영만> 우리 요즘 친구들 많이 힘들고 경제적으로 지금 어려운 게 20년씩 가까이 다가왔는데, 우리 코딱지들 힘내세요. 접으세요! 저는 15cm, 15cm 색종이 한 장으로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러분들도 도전! 젊음은 도전이고 포기하지 않는 그런 멋진 청춘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 파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아까 그러셨잖아요. 사업에 실패하기 정말 잘했다. 전화위복. 이거 꼭 명심하면서 명심했으면 좋겠네요. 우리 다 큰 코딱지들. (웃음) 힘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예쁜 종이 많이 접어주세요.

◆ 김영만>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영원한 종이접기 아저씨, 종이문화재단의 평생교육원장이세요. 김영만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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