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임즈 능가하나' 스크럭스 "부담? 이젠 내 차례다"

'테임즈 공백? 걱정 마세요' 올 시즌 NC는 지난해 홈런왕이자 2015년 40홈런-40도루를 거두며 MVP에 오른 에릭 테임즈(왼쪽)의 공백이 우려됐지만 재비어 스크럭스의 맹활약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자료사진=NC)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에릭 테임즈(31 · 밀워키)가 아쉽지 않다. '공룡 군단' NC의 새 해결사로 떠오른 재비어 스크럭스(30)가 테임즈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다.

스크럭스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0-1로 뒤진 7회 통렬한 역전포를 날렸다. 1사 3루에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패색이 짙던 경기 후반 터뜨린 한방이었다. 스크럭스의 투런포는 NC가 2-1로 이기면서 결승포로 장식됐다. 이날 스크럭스는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팀의 3연승과 함께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최금강에게 시즌 3승째(1패)를 선물했다.

올해 KBO 리그를 밟은 스크럭스는 타율 3할1푼6리(95타수 30안타) 10홈런 21타점으로 선전하고 있다. 홈런 2위에 득점(23개)과 출루율(4할4푼1리) 3위에 장타율(6할7푼4리) 4위다. 타점도 7위(21개)다.

데뷔 시즌임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적응이다. 올해 처음 한국에 온 외인 타자 중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100만 달러(약 12억 원)에 입단한 스크럭스는 150만 달러의 윌린 로사리오(한화)나 110만 달러의 다린 러프(삼성)를 압도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둘 모두 2군에 내려갔다 왔다.

당초 NC는 지난해까지 최고 외인이던 테임즈의 공백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도 그럴 것이 테임즌 2015년 KBO 리그 최초로 40홈런(47개)-40도루를 달성해 정규리그 MVP까지 올랐다. 지난해는 8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고도 홈런왕(40개)에 오를 만큼 만점 활약을 펼쳤다.

스크럭스도 기대는 적잖았다. 최근 3년 동안 마이너리그 트리플A 타율 2할7푼1리 56홈런 194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다만 MLB 경력은 테임즈(181경기 타율 2할5푼 21홈런)보다 적었다. 스크럭스는 빅리그 통산 50경기 통산 타율 2할2푼7리에 1홈런에 머물렀다.

'넘어갔어' NC 재비어 스크럭스가 2일 LG와 홈 경기에서 0-1로 뒤진 7회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날리고 있다.(잠실=NC)
하지만 막상 뚜껑을 얼어보니 물건이다. 스크럭스가 10홈런을 달성한 것은 27경기 만이다. 테임즈도 2014년 첫 시즌 45경기가 걸렸다. 리그 적응을 감안해도 스크럭스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본인도 테임즈의 대체자임을 잘 알고 있다. 테임즈가 그동안 워낙 빼어난 활약을 펼친 데다 현재 MLB 홈런 1위(11개)에 타율 3할4푼1리 20타점 29득점을 기록 중인 사실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부담은커녕 자신감이 넘친다. 경기 후 스크럭스는 "테임즈가 그동안 정말 잘했고, 현재 MLB에서도 선전하고 있는데 부담보다는 기쁘다"면서 "특별한 부담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제는 내가 보여줄 차례(It's my turn)"라면서 "테임즈와 관계 없이 나만의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초반 스크럭스는 KBO 리그 투수들의 변화구에 고전하기도 했다. 특히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공에 스윙을 헛돌리기 일쑤였다. 2일 현재 스크럭스는 삼진 1위(33개)로 팀 동료 나성범(27개)과 수위를 다툰다. 지난달 29일 KIA와 원정에서는 4삼진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변화구에 차츰 적응하고 있다. 이날도 스크럭스는 4회 류제국의 명품 커브에 삼진을 당했지만 7회 곧바로 설욕했다. 바로 류제국의 장기인 커브를 통타, 결승점을 뽑았다. 4삼진 다음 날 경기에서도 5타수 3안타 3득점을 기록하며 후유증에 대한 우려를 날렸다.

스크럭스는 "앞서 커브에 삼진을 당했는데 똑같이 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류제국이 정말 잘 던졌지만 끝까지 이기려고 해서 이겼다"고 기뻐했다. 이어 "전력분석원, 타격 코치로부터 자료 받는데 한국 선수를 잘 모르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낙천적인 성격도 리그 적응에 한몫을 했다. 스크럭스는 "어제 서울에서 하루 쉬었는데 아름다운 도시와 경기장에 좋았고 팬들도 많았다"면서 "한국에서는 원정을 다니면서 여러 도시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향수병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테임즈가 아쉽지 않은 N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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