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훈련 중 발생한 중상 사고를 가벼이 여겨 내부조사와 징계를 정당하게 처리하지 않은 육군훈련소장에게 경고 조치를 하라"고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육군 논산훈련소 각개전투 훈련장에서 전장 분위기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공중폭발모의탄' 시험사격 훈련 중 포탄 1발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튀었다.
이 오발탄은 당시 근처에서 '엎드려쏴' 자세로 대기하던 훈련병 A(22) 씨의 다리 사이로 떨어져 폭발했다. 의무경찰 복무를 위해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A 씨는 이 사고로 하반신 화상 등 중상을 입고 성형외과 수술과 정신과 진료를 받은 뒤 지난 1월 의병 전역했다.
조사 결과 당시 육군훈련소 훈련처 과장은 사격자인 중대장에게 "각도를 낮춰 쏘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대장은 이에 따라 30도 정도의 각도로 사격했다고 진술했다. 육군 야전교범은 공중폭발모의탄을 사람이 있는 쪽으로 발사하지 말고 45도 이상의 각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육군훈련소 측은 포탄을 직접 사격한 중대장에 대해서만 견책 징계를 했을 뿐 발사를 지시하거나 이에 관여한 다른 간부들에게는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육군훈련소 참모부가 당시 발사를 지시한 훈련처 과장을 징계위원회에 넘겨야 한다고 보고했으나, 훈련소장이 묵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 씨의 부모가 진정을 제기하면서 인권위가 조사에 나섰다. 육군훈련소장은 인권위에 "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면 아무도 위험을 극복하고 강한 훈련을 진행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전에 대한 최종 상황판단은 모의탄을 실제 사용하는 중대장이 해야 하는 것이므로 많은 사람의 조언을 받아 그 이상의 징계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권위 측은 이에 대해 "강군 육성을 이유로 훈련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조사를 제대로 못 하게 한 것은 피해자가 병역 의무 이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받고 보상받는 것을 저해한 행위"라며 "헌법 10조가 규정한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군육성'이라는 지휘 철학을 이유로 훈련병들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외면한 간부들에 대한 징계조사 진행을 막은 육군훈련소장의 행위는 용인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위는 A 씨의 부상 정도가 심각한데도 가장 낮은 등급인 '심신장애 10급'을 부여한 국군의무사령관에게도 등급을 재심사하라고 권고했다. 국군의무사령관은 조사 과정에서 인권위 권고가 있으면 재심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