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비밀은 없다' 김종찬, '공조'의 차기성,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남도진까지 3번 연달아 악역을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김주혁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자신만의 '작품 선택의 이유'를 공개했다.
▶ '공조'에 이어 연달아서 악역을 맡았다.
- 이게('석조저택 살인사건') 더 먼저다. 연달아 붙는 느낌이 나긴 하지만 '공조'(의 악역과는) 결이 좀 다른 느낌이 들었다.
▶ 결이 다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 공조(의 차기성 역)는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짜, 나름대로의 혁명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얘(남도진)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애라고 생각했고.
▶ 남도진이라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죄의식이나 반성이 없는 캐릭터였다. '난 당연하다', '내가 하는 행동은 당연하다' 하는 캐릭터.
▶ 영화 속 패션이나 톤을 보면 고전 느와르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느낌인데, 캐릭터 완성을 위해 참고한 인물이 있나.
- 그런 건 없다. 기본적으로 한량으로 잡았다. 멋도 좀 아는 친구인 것 같고, 극장에 살았던 애 같다. 외국 사람들을 접하며서 한두 마디 주워들은 외국어로 얘기하고. 잘 살았다기보다는 거기(극장)서 일하는 친구였던 것 같다. 다만 머리는 비상했던 거지. 여자도 많이 거느렸을 거고. 돈 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런 걸 익혔을 것 같다.
▶ 캐릭터 설정을 평소 꼼꼼히 하는 편인가.
- 이 영화는 특히 (캐릭터 설정이) 없었다. 미스터리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자라면서 그랬는지, 타고나게 싸이코패스적 기질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동안 이뤄놓은 게 아까워서 죄의식을 모르고 계속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 김주혁의 악역은 섹시하다는 평이 많다.
- 천만다행이다. (웃음) 무슨 역을 해도 배우는 좀 매력이 있어야 한다, 어떤 매력이든.
- 그렇다. 내가 평상시에 할 수 없는 눈빛과 언행과 짓거리를 할 수 있으니까. (웃음) 사람들도 (악역을) 해 보고 싶거든. 속마음만 있지. '야 이 새끼야!' 하면서 이렇게 간접적으로 하면서 푸는 느낌이 있으니까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 '비밀은 없다'부터 '석조저택 살인사건'까지 왜 이 배우는 이런 캐릭터를 선택했을까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 어떤 캐릭터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연기할 맛이 나겠다 혹은 연기하면 재미있겠다, 이렇게 하면 다르게 할 수 있겠다 하는 촉이 온다. 이건 내 것(역할)이 아니다, 내 깜냥엔 못 한다, 죽어도 못 한다 하는 것들이 있고.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악역을 선택한 것은 (그동안) 로맨틱코미디를 많이 했으니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거였다. 그러고 보면 가만히 있을 때 무서워 보인다는 말도 좀 들었다.
▶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그럼 어떤 이유에서 고르게 된 건가.
- 그냥 시나리오 때문이다. 정식 감독의 형 정범식 감독이 제 한 학번 선배다. 정식 감독과는 예전에 인사한 적이 있었는데, (아는 형의) 동생이지만 아는 사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왠지 모를 정감이 있었다. 믿음도 있었고.
▶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추리소설인 '이와 손톱'을 원작으로 한 서스펜스 스릴러다. 원래 이런 장르에 관심이 있었나.
- 스릴러 장르를 좋아했다. 호러를 싫어해서 그렇지. (기자 : 원작은 보았나?) 안 봤다. (봤으면) 잔소리가 많았을 것 같다. 이거(장면) 넣어야 되는 것 아냐, 하면서 별소리를 다할 거라서. 원작이 있어서 시나리오 구조가 굉장히 탄탄했고, 그 점이 되게 맘에 들었다.
▶ 차갑고 건조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지.
- 크게 표현 안 하는 걸 좋아한다. 그럼에도 표현이 되는! 그게 뭐냐면 감독이 잘한다는 거다. 배우는 그냥 (연기)하고 감독이 그 분위기를 만드는 거지. (스릴러 작품을 할 때) 나는 스릴러 안 한다. 나는 이 사람을 연기할 뿐이다. 다다음 작품도 스릴러인데 감독을 만나자마자 한 말이 그거다. '나는 스릴러할 생각이 없다. 당신이 해라'
(인터뷰 ② '1박2일' 구탱이 형 김주혁, 고수에게 예능 추천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