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일 오전 10시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의견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등 재판 계획을 세우는 일정이다. 피고인이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재판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박 전 대통령 측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공판준비기일을 미뤄달라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측이 기일변경신청서는 내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은 예정대로 열릴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기존에 유영하(55), 채명성(39) 변호사 두 명 뿐이었지만, 판사 출신 변호사 등 변호인 3명이 추가로 선임됐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추가 선임된 변호인은 이상철(59·연수원 14기) 변호사와 이동찬(36·변호사시험 3회), 남호정(33·변시 5회) 등 변호사다.
이상철 변호사가 경북고, 서울대 사회교육학과를 나와 대구지법 판사, 대구지법 안동지원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낸 소위 '전관'이다.
선임서는 지난 28일 저녁 당직실에 당직 접수로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박 전 대통령 측은 고위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합류를 꺼리는 등 공판을 위한 변호인단 구성에 난항을 겪었으나 막판에 화력을 보강하게 됐다.
한편 직권남용·직무유기·특별감찰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의 재판도 1일 오전 10시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다.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과 남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위현석(51· 연수원 22기) 법무법인 위 대표 변호사 등이 맡았다.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이기 때문에 직접 법정에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 때도 본인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자신의 무죄 주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향후 재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맹공을 퍼부을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특별수사본부 2기에서 조사를 진행한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47·연수원 28기)와 이원석 특수1부 부장검사(48·연수원 27기)가 공소유지 차원에서 직접 나설 예정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 때보다 새롭게 추가한 제3자 뇌물수수, SK 제3자 뇌물요구 혐의 위주로, 확보한 증거들을 제시하며 뇌물죄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순실씨와의 공모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측에 맞서 검찰이 사실관계를 어떻게 입증해낼지, 검찰 조사 때는 숨겨뒀던 비장의 '카드'를 제시할 지도 관심이다.
현재로서는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던 점을 감안하면, 검찰에 불리한 상황이다.
"소명이 부족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한 차례 받았고 그대로 기소가 됐기 때문에, 검찰이 '판'을 뒤엎을 만한 진술이나 증거를 제시하며 재판부에 혐의를 입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도 2일 증인신문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매주 3일간 9차례 집중심리 방식으로 진행된 공판에서는 서증조사 등을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등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를,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가운데 재판이 함께 열리게 되면서 상당 부분 진행돼 온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2라운드'를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