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선 전 마지막 촛불집회 무대에 선 노래패 꽃다지를 설명하는 사회자의 멘트다. 시대와 사람을 노래해 온 꽃다지가 삶의 노래로 봄날 광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냈다.
이날 꽃다지는 "며칠 전 공연 요청을 받고 '꼭 이 노래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만 골라 왔습니다. 말씀들은 중간에 많이들 하셨으니까 말은 삼가고, 노래 열심히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마음에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노래 '주문'과 '시대'를 엮은 무대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저들이 말하는 국민 중에/ 너와 나는 간 데 없고/ 저들의 계획 속에/ 너와 나의 미랜 없지// 저들이 말하는 국민 중에/ 너와 나는 간 데 없고/ 저들의 계획 속에/ 너와 나의 미랜 없지."
"군홧발의 시대는 끝났다 한다/ 폭력의 시대도 끝났다 한다/ 시대에 역행하는 투쟁의 깃발은/ 이젠 내리라 한다//허나 어쩌랴 이토록/ 생기발랄하고 화려한 이 땅에서/ 아직 못다한 반란이 가슴에 남아/ 자꾸 불거지는 것을//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세계화의 전사가 되란다/ 살아남으려면 너희들 스스로/ 무장을 갖추라 한다// 그 모든 전쟁에서/ 너희들이 만든 그 모든 전쟁에서/ 승전국의 병사들과 패전국의 병사들은/ 너희가 만든 그 더러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었나// 죽어야만 얻을 수 있는/ 영예를 얻었고/ 다쳐야만 얻을 수 있는/ 명예도 얻었지/ 폐품이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는/ 그 고마운 자유도 얻었지// 승전국의 병사들과 패전국의 병사들은/ 너희가 만든 그 더러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었나/ 너희가 만든 그 더러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었나."
"찬바람 부는 날 거리에서 잠들 땐/ 너무 춥더라 인생도 시리고/ 도와주는 사람 함께하는 사람은 있지만/ 정말 추운 건 어쩔 수 없더라// 내가 왜 세상에 농락당한 채/ 쌩쌩 달리는 차 소릴 들으며 잠을 자는지/ 내가 왜 세상에 내버려진 채/ 영문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됐는지// 찬바람 부는 날 거리에서 잠들 땐/ 너무 춥더라 인생도 춥더라."
"말은 삼가겠다"던 꽃다지는 결국 마지막 노래를 앞두고 시민들에게 간결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건넸다.
"겨우내 그 추운 날 한파를 뚫고 모였던 그 열기들이,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위에서만 바뀌지는 않을 거잖아요. 여기에 모였던 마음들이 각지에 퍼지고 중심이 된다면 조금은 더 안전하고 괜찮은 나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멤버들은 시인 박노해의 동명 시에 곡을 붙인 '이 길의 전부'로 공연을 끝맺었다.
좋은 이들과 함께한다는 건/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의 전부/ 우리 시작도 좋은 이들과 함께 사는 세상/ 그것을 꿈꾸었기 때문이죠// 아무리 내 앞길이 험해도/ 그대로 인해 내가 힘을 얻고/ 슬픔도 그대와 겪으니/ 나도 따라 깊어지는데// 언제나 당신에게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 커지고 맑아져/ 그대 좋은 벗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