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안 후보가 책임총리직을 국회 추천에 맡기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잡고 당 외곽에서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회'를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안 후보는 사실상 대선 전 비문 세력의 결집을 노리면서 집권 이후 정계개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통합정부는 집권 이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실용적 측면이 강하다. 비문 진영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통합정부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실무작업을 벌이고 있다.
◇ 安 김종인과 손잡고 '공동정부위' 준비, 사실상 비문결집 위한 '빅텐트'
김 전 대표는 29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종전 사고방식의 정당들로는 나라가 바뀌기 어렵고 국민의당도 40석 가진 정당이어서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며 "여럿이 힘을 합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정치 풍토가 바뀔 수 있고 나라가 갈등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이날 오성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 전 후보 단일화에는 완강하게 선을 그으면서도 "진정한 개혁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개혁세력들이 모여 우리나라를 제대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공동정부준비위는 국민의당이나 안 후보 선대위와는 상관없이 당 외곽에서 만들어지는 독립적인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와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사실상의 빅텐트가 쳐지는 셈이다.
특히 당 외곽에 위원회를 띄우고 김 전 대표가 수장을 맡게 되면 바른정당을 포함해 여러 세력들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후보 단일화 없이 다자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선거 막판 비문 진영의 세력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가 보다 커진다면 대선 이후의 정계개편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안 후보를 돕고 있는 최명길 의원은 "당 외곽의 조직이기 때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집단과 계파패권 세력을 제외한 누구나 당적과 상관 없이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정치적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시선도 있다.
◇ 文의 통합정부는 집권 준비 위한 실용적 측면 강해, 양측 신경전 본격화
대표적인 비문 의원으로 경선 이후 탈당설까지 나왔다가 문 후보의 지지를 결정한 박영선 의원과 변재일 의원이 키를 잡았다. 이들을 공동위원장으로 지난 23일 통합정부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상태이다.
문 후보 측은 집권 이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준비하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통합정부를 접근하고 있다. 특히 폭넓은 인재등용을 핵심 방안의 하나로 보고 있다.
박영선 위원장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총리의 인사제청권을 확보해 총리 권한을 강화하고, 장관책임제, 국민인사 추천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추천제의 경우 "지역과 언론, 인터넷을 통해 공개추천을 받는 형식도 감안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 후보의 통합정부는 주로 구 야권 정당들과의 협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 후보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총리직에 "'비영남권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1차 협치 대상은 국민의당·정의당 등 기존의 야권 정당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통합도 열어놓고 있다"며 손짓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 후보와 안 후보의 통합 구상이 얼핏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양측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문 후보 측 박영선 통합정부위원장은 안 후보의 공동개혁정부 구상에 대해 "안 후보의 말씀을 보면 '반패권연대'라는 단어를 썼는데, 반패권연대는 결과적으로 정권교체를 반대하는 세력의 적폐 연대"라고 꼬집었다.
변재일 위원장도 "안 후보의 공동개혁정부의 내용을 봤지만 특별한 내용이 없다. 그동안 주장해온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한 정도"라고 폄하했다.
반면 안 후보는 이같은 문 후보 측 비판에 대해 "문 후보의 통합정부는 민주당 내에서 끼리끼리 나눠 먹자는 것"이라며 맞받았다.
안 후보 측의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의 통합정부는 당내에서 비문 의원들을 배려하다가 끝날 것"이라며 "소모적인 정치 구조를 바꾸려는 우리의 구상과는 폭과 깊이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