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북구 염포산터널 연결 고가도로 15m 교각 위.
사람이 아래서 올려다보건 위에서 내려다보건 서로의 표정을 읽기가 어려운 거리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전영수(43) 씨와 이성호(49) 씨는 지난 달 11일 교각 위로 올라가 21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고가다리 시설점검을 위해 설치된 폭 1m의 간이 철제 구조물에 의지한 채 하루 두 번 동료들이 올려주는 식사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비닐을 깐 플라스틱 용기에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 불편 보다 밤낮 가리지 않는 자동차 소음과 매연이 두 노동자를 괴롭힌다.
사내하청지회 대의원 이성호 씨는 교각 아래 기자와의 휴대전화 통화에서 "소형, 대형 가릴 것 없이 워낙 차량이 많이 다니니깐 순간 순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밤에 쪽잠을 자다가도 놀라서 중간에 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목숨 걸고 올라가도 사내하청 노동자로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하니 결국 가족들도 이해해주더라. 농성이 길어지고 있지만 24시간 아래에서 지켜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버틸만 하다"고 했다.
지난 2003년 사내하청지회가 출범됐고 최근 2년 동안 20여개 업체와 단체교섭을 시도하고 있지만 제대로 성사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폐업시 하청노조 조합원들을 제외한 직원들만 다른 업체에 고용승계가 이뤄지는 등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거다.
이어 "업체 사장들이 하나같이 '부담스럽다', '당신이 내 입장이라도 고용하기 힘들거다'고 했다" 며 "노조원을 고용하는 업체는 차후 물량이 줄어들 경우 1순위로 날라간다(제외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교각 위에 오르며 다짐했던 해고 조합원 12명의 고용승계와 정당한 노조활동 보장이 관철될 때까지 땅을 밟지 않겠다고 전했다.
조합원 활동을 차치하더라도 노조 가입 만으로도 차별 받는 현실.
조선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멀기만 한 노동 인권과 노동자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동절에도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