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의사를 갖고 있는 의원들의 행선지는 대부분 한국당 쪽이다. 때문에 분당 움직임이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유 후보 간 보수 후보 단일화를 견인하게 될지 주목된다.
바른정당 탈당의 명분은 반문(反文‧반문재인) 연대를 구축하자는 데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좌파의 집결을 막기 위해 탈당한다"며 "분열된 보수를 하나로 합치고 새로운 보수를 다시 세우는 데 벽돌 한 장을 쌓겠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탈당에 앞서 이 의원을 비롯한 김재경‧김성태‧김학용‧박순자‧이종구‧홍문표‧장제원 등 김무성계 의원들은 조찬 회동을 갖고 홍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포함한 '3자 원샷' 단일화를 촉구했다. 이에 유 후보가 "후보 흔들기를 경고한다"며 일축하자 이 의원이 총대를 맸다.
하지만 초점은 3자 단일화보다 홍 후보와 유 후보 간 보수끼리 양자 단일화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홍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보수 단일화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사실상 홍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를 촉구한 셈이다. 국민의당과 한국당은 서로를 단일화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의 탈당 선후 직후 김무성계는 연쇄 회동을 갖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추가 탈당 의사를 확인했고, 김무성 의원의 거취에 대한 설득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찬 회동을 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3~4명의 추가 탈당 희망자가 있고, 이르면 주말 사이 추가 선언이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위기가 험악하게 흐르면서 유 후보에 대한 사실상의 후보 사퇴 요구에서 촉발된 바른정당의 내분 상황은 분당 위기로 치닫는 양상이다. 유 후보 측도 "이번 기회에 개혁 성향에서 이견이 있는 쪽(김무성계)과 확실히 차별화 할 필요가 있다"며 분당을 불사하겠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무성 의원을 제외한 의원 20명이 성명서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촉구했고, 유 후보의 측근 의원 등 12명은 성명서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 의원이 탈당한 뒤 32석이 된 의석수 중 단일화파(派) 20명과 독자파 12명 간 분열 기류가 생겨나고 있는 형국이다.
탈당파는 유 후보의 저조한 지지율을 빌미로 들고 있다. 유 후보는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안 후보의 지지율은 24%로 지난주 대비 6% 포인트 하락한 반면, 홍 후보의 경우 3% 포인트 상승해 12%를 기록했다.
특히 보수층 유권자의 경우 홍 후보에 36%의 지지율을 보내, 29%에 그친 안 후보와 순위가 바뀌었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후보와 홍 후보의 지지세가 역전될 기미가 보이면서 탈당 행렬의 방향이 한국당 쪽으로 쏠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구(舊)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의 1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반문연대보다 '강한 야당'을 만들자는 민심이 바닥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 후보를 앞세운 반문연대를 통한 선거 역전보다 홍 후보와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대안 야당을 키우자는 여론이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당 안팎에선 "홍 후보가 자체조사에서 지지율 20%를 넘어 안 후보의 역전이 눈 앞에 다가왔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화는 주말을 전후한 바른정당 추가 탈당자의 규모, 홍 후보의 다음주 지지율 상승세 등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를 위한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유 후보가 협상 결과에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때문에 유 후보를 배제한 채 탈당행렬을 만들어 사실상의 단일화 효과를 연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유 후보가 계속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 대신 합당을 통한 심리적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