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로 지목되는 언론, '정권교체' 되면 바뀔까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 '방송장악 진상규명'에 한목소리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시민들의 '공론장'으로서 더 높은 공적 책임이 부과되는 공영방송이 쇠락한 시기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언론특보를 맡는 등 친정부적인 인사를 KBS, MBC, YTN 등에 내리꽂았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역시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증거와 KBS 사장 선임을 주시하고 있던 정황이 나타났다. 지속적인 언론탄압으로 국경없는기자회가 밝힌 지난해 '언론자유지수'는 사상 최저치였던 70위에 머무른 바 있다.

시민들의 촛불 민심을 받아든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고, 헌법재판소 또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열이틀 앞으로 다가온 '조기 대선',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대표적인 '적폐'로 꼽힌 언론은 정권교체와 함께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22개 미디어단체는 제19대 대선 후보들로부터 받은 미디어 정책 관련 답변서를 27일 공개했다. 앞서 미디어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정의당 5개 당에 19개 주제/43개 질문으로 구성된 정책질의서를 발송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답변서 제출을 하지 않았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토론회 당일에 답변을 보내와 평가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 문재인-안철수-심상정, '방송장악 진상규명'에 한 뜻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사진=이한형 기자)
사전 답변을 받은 결과,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는 방송정책에서 '방송장악 진상규명 및 반언론행위자 청산'에 동의했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법 제도적 개선책으로 '언론장악 방지법 처리'에 뜻을 모았다.


정보인권정책 쪽에서는 '인터넷 행정심의 폐지', '비식별화 가이드라인 폐기', '통신자료 제공 시 영장주의 도입' 3가지에 모두 동의했다. 각각의 제도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 정보주체 동의권 무력화, 통신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왔던 제도들이다.

방송통신노동정책에서는 세 후보 모두 '간접고용 실태 개선 의지'를 보였다. 또, 방송통신 기업의 인수합병 및 인허가·재허가 필수심사항목에 '노동'을 포함하고 심사과정에 지역 시청자·이용자·노동자의 의견 반영을 제도화하는 방안에도 찬성했다. '방송통신산업 필수상시업무 직접고용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밖에도 '공동체라디오방송의 지원·출력증강·신규사업자 허가 필요성'에 공감했고,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수립'에 동의했다.

세 후보는 '공영방송 및 유료방송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 확대'에 모두 찬성했고, '미디어교육지원법 제정 및 지역미디어센터 지원강화'에 동의했다.

구체적으로 문 후보와 심 후보는 '종편 의무전송 특혜 폐지' 등 종편 개선정책에 적극적 의지를 보였고, 지상파 공공성 확대를 위해 '수신환경 개선 및 다채널 방송 전면 도입'을 약속했으며, 유료방송 이용자 권리 강화를 위해 '유료방송 시청자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할 것과, '국정원의 사이버 보안 권한을 일반 행정부처로 이관'할 것 두 가지에도 찬성했다.

그러나 세 후보는 미디어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방송통신규제기구'의 개편방안을 뚜렷이 내놓지 않은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미디어단체들은 "차기 정부의 인수위 기간이 없는 것을 고려할 때 19대 대선 후보자는 정부조직개편 구상을 미리 마련하고,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선거가 코앞에 닥친 지금까지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이고, 여러 정책 답변에서도 일반적인 원칙을 제시하는데 그쳐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 세 후보의 미디어 정책, 어떤 '강점'과 어떤 '약점' 가졌나

오후 2시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캠프 초청 미디어정책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문 후보는 MBC '100분 토론'에서 직접적으로 '언론장악'을 개탄하고 "MBC도 아주 심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할 만큼, 공개석상에서 언론개혁 의지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후보다.

문 후보는 △특별다수제(사장 선임 등 중요한 사안이 있을 경우 재적 대비 2/3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제도) 도입을 포함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의무화 △해직언론인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등을 제시해 '공영방송 정상화'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최근 합격선(650점/1000점 만점)에 들지 못했음에도 3년 재승인을 따낸 TV조선의 사례로 다시금 '심사 무용론'이 제기된 가운데, 문 후보는 '승인조건 위반 시 승인취소'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디어단체들은 방송통신 전반에서 중요한 부분인 '거버넌스'에 대한 확정안이 없고, 후보자의 미디어 공약이 정식 발표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 후보의 공약집은 내일(28일) 공개될 예정이다.

안 후보 역시 △공영방송 독립성 강화 △인터넷 행정심의 폐지 등을 제시해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한 주요 개혁 과제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유료방송 등 통신기업 콜센터 권리 보호와 관련해 '감정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사용자 책무규정 신설'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여러 질의 항목에서 '유보' 태도를 취해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19대 대선 소비자정책 연대' 질의에서는 '유료방송 시청자위원회 설치 의무화'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설치 의무화' 모두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이번 미디어단체들의 질의에서는 '유보' 입장으로 후퇴한 점도 한 특징이다.

심 후보는 '유료방송 공공성 강화'에서 가장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설치·수리·장애신고 접수 및 고객상담 등 방송통신기업의 필수 상시업무 노동에서는 '하도급 금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미디어단체들은 '공영방송 정상화', '정보인권 확대', '방송통신노동 문제 개선' 등 여러 항목에서 시민사회의 정책 제안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있었고, 개혁의지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미디어 정책 전반적으로 성·연령·지역을 고려한 '시청자 참여 확대'를 하고자 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여러 항목에서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져 타 후보와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평도 나왔다.

한편,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캠프 초청 미디어정책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각 문재인-안철수-심상정 캠프를 대표해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 국민의당 박승용 비서관,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이 참석해 각 당의 미디어 정책을 설명했고, 질의응답도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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