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비, 네이버지도 앱은 켜도 길 안내는 못한다?

AI 플랫폼 쏟아지지만 선점 경쟁 치열…반쪽 서비스 전락 우려

(사진=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빅스비', 네이버 '클로바' SKT '누구' 등 제조사, 통신사, 인터넷 업체할 것 없이 각종 인공지능(AI) 플랫폼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관건은 플랫폼 개방 여부, 즉 서비스간 '연동'이다.

일단 AI 플랫폼 선점을 해야 향후 업계에서 우위를 다질 수 있는 만큼, 협력보다는 '승자독식'을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야기될 소비자 불편도 우려된다.

◇ 빅스비로 문자는 보내도 카톡은 안돼… 네이버·카카오 등 자사 AI 플랫폼 주력

"방금 찍은 사진을 엄마한테 문자로 보내줘"

최근 IT 기업에서 출시 봇물인 AI 비서들은 이정도 음성 명령은 문제 없이 해낼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공개 당시 AI 비서 '빅스비'에게 구글 지도를 캡처해 문자메시지로 보내 달라고 명령했다.

이어 "빅스비는 사진을 캡처하고 문자로 전송하는 두 가지 이상 명령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놀라운 AI 비서"라면서 "국내에서는 문자 대신 카카오톡, 구글지도 대신 네이버 지도나 네이버 검색도 곧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빅스비, 방금 찍은 사진을 엄마한테 카카오톡으로 보내줘"라고 하면 상황은 다르다.

카카오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자사의 AI 플랫폼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AI 전담 조직을 신설한 카카오는 자체 AI 플랫폼과 전용 앱 개발을 상반기 내 완료할 계획이다. 향후 전용 AI 스피커를 포함해 자동차나 집안 내부 등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제작·보급에 나설 방침이다.

카카오는 "아직 카카오의 AI 플랫폼이 나오지도 않아서 빅스비 등 타사 AI 플랫폼 연동 등은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카카오는 자사의 AI플랫폼에 카카오톡은 물론 계열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멜론'을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즉 삼성전자 빅스비와의 연동보다는 자사 계열사나 서비스 연동이 우선인만큼, 빅스비로 카톡 사진을 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빅스비, 네이버 지도 앱으로 집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길을 안내해줘"라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빅스비와의 연동 가능성에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네이버도 AI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네이버의 많은 서비스에 우선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소개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전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업체들 모두 빅스비의 첨단 기능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라"는 취지로 분석된다.


그러나 네이버는 그럴 마음이 없다. 관건은 AI 플랫폼 개방 여부다. 다른 업체의 AI 플랫폼이 자사의 앱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다면 굳이 자사의 AI 서비스를 만들 필요도 없고, 이용자들이 해당 AI를 쓸 필요도 없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범위를 한정한다면 네이버나 카카오(다음)의 AI보다는 스마트폰 자체에 탑재된 AI 서비스가 이용자들에게는 더 쉽고 편리하게 다가갈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AI 기반 '클로바앱'을 상반기 내 선보일 계획이다. 애플 시리(Siri) 처럼 음성 명령으로 네이버 검색·지도·일정 관리 등이 가능한 대화형 서비스다.

네이버 관계자는 "범용성 면에서도 삼성보다는 네이버 AI 영역이 훨씬 넓고, 네이버 검색이나 지도 등 네이버 서비스에는 자사 AI를 탑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빅스비로 네이버 지도 앱 등을 켤 수는 있지만 길 안내나 검색 등 빅스비로 네이버 서비스를 실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이는 삼성전자가 빅스비 버튼으로 클로바를 부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자 AI를 개발중인 업체들이 비협조적인만큼 삼성전자 측은 "빅스비 SDK를 공개하고 네이버 등 외부 업체들과 조율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외부 서비스를 연동하려면 별도 파트너십을 맺어야 가능하지만 플랫폼은 선점이 곧 승자독식 구조가 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진=SK텔레콤 '누구' 공식 영상 캡처)
◇ AI 플랫폼 '선점' 눈치싸움…결국 갤S8 빅스비·구글어시스턴트 동거

이미 출시된 통신사들의 AI 서비스를 보면 이같은 전망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SK텔레콤은 AI기기 '누구’에 그룹 계열사가 서비스하는 커머스 '11번가'를 적극 활용해 대화로 쇼핑에서 결제까지 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반면 KT는 AI기기 '기가 지니'에 계열사 지니뮤직(KT뮤직)의 '지니'를 연동했다. LG유플러스도 지니뮤직의 2대 주주로 참여해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AI비서에 지니를 연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자사 또는 계열사의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타사의 서비스와 연동은 어려울 것이라고 쉽게 예상이 되는 대목이다. '누구'에서는 '지니'의 음악을 듣기 어렵고 '기가 지니'로 '11번가'의 물건을 사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AI플랫폼 시장에서 어느 누가 승자 독식하기 전까지 각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비스 연동은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이런 과도기에 AI 서비스들이 반쪽에 그치거나 소비자들은 삼성, 네이버, 카카오, SKT 등의 AI 앱을 모두 내려받아야 하는 등 각종 불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인공지능 플래폼에 대한 주도권 싸움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의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는 2년 전부터 SDK를 공개했지만, 우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외부 서비스 참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애플의 시리는 이미 아이폰4s 이후부터 주류 서비스로 자리 잡은 만큼 현재 전 세계 모든 AI 비서 서비스 중 가장 많은 사용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리 검색은 모든 검색 서비스가 아닌 울프람알파 등 비주류 검색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결국 갤럭시S8에 빅스비와 구글어시스턴트가 동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빅스비 버튼이 빅스비 대신 구글 어시스턴트를 불러오게 만드는 무료 애플리케이션 '빅스리맵'(BixReMap)이 등장한 것이다.

조금은 모자란 빅스비 대신 구글 어시스턴트를 편하게 사용하자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옆면에 빅스비 버튼을 부착해 편리성을 더하는 한편, 빅스비 버튼으로는 오로지 빅스비만 사용할 수 있도록 리매핑을 막으면서 AI 플랫폼을 뺏기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빅스비의 음성인식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데다 이같은 빅스비 보호 전략이 해외 매체들로부터 반소비자적 행위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빅스비 버튼으로 빅스비 대신 구글 어시스턴트를 불러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음성인식을 제외하더라도 빅스비의 기능도 제한적이긴 마찬가지다. 미국 버라이즌 통신사 가입자들은 갤럭시S8 빅스비 비전을 이용한 아마존 쇼핑에서 제한을 받고 있다. 버라이즌 가입자는 현재로선 빅스비가 사진을 자동 인식해 주문할 수 없다. 이 매체는 "버라이즌과 아마존이 이 문제를 곧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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