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최순실 씨의 뇌물 재판에 조카 장시호 씨가 증인으로 나서서 거침없는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이모와 조카인 최씨와 장씨가 법정에서 언성을 높이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장시호는 왜 잇따라 숨겨진 사실을 폭로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사실여부는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 박영수 특검에서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고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도 확인하지 않았다.
최근 삼성동 집이 매각됐다니까 돈이 있었다면 새로운 곳으로 옮겨지거나 숨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장시호씨가 특검에서 이런 진술을 한 건 사실이다. 장씨는 그제 법정에서 이런 증언을 했다.
2016년 12월 4일 최순실씨와 장시호씨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실에서 나란히 앉아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가 진행되던 중 최씨가 목이 마르다며 검사에게 물을 달라고 한 뒤 검사가 자리를 비우자 '삼성동 2층방, 유주 유치원'이라고 적혀 있는 글을 보도록 했다는 것이다.
삼성동은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유주는 최씨 손자로 딸 정유라씨의 아들이다.
장씨가 이해하지 못하자 최씨는 다시 검사에게 물을 요청하고, 두 사람만 남았을 때 장씨 귀에 대고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다며 그 돈으로 손자를 키우라고 했고, 삼성동 경비에겐 이모 심부름 왔다고 하면 문을 열어줄 거라고도 했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 씨 뇌물 혐의 재판에서 조카 장시호 씨의 조서를 공개했는데 "최순실 씨가 검사실에서 만난 장 씨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전 자택 2층에 돈이 있다고 말을 했다"는 같은 내용이다.
장씨는 특검의 추가 조사에서 "이모 최 씨가 삼성동 집에 평생 먹고 살 돈이 있다고 한 적이 있다"는 진술까지 했다고 한다.
= 특검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장시호씨의 진술이 나온 시점이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청와대와 협의하던 시점과 비슷한 시기였다고 한다.
또 장시호씨가 직접 본 것 아니고 최순실씨의 말을 전한 것이기 때문에 신빙성도 확인되지 않는 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검의 핵심관계자는 "대통령 조사 때문에 복잡할 때여서 신빙성도 낮은데 현직 대통령의 사저를 압수수색한다면 협상이 결렬될 우려가 컸다"면서 "또 서류가 아니라 돈이기 때문에 누구 돈인지 소유권 자체가 애매하고 돈에 꼬리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대통령 조사 이후로 미뤘는데 조사도 결렬되고 특검기간 연장도 이뤄지지 못하면서 결국 압수수색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그 기록을 넘겼는데 검찰에서도 압수수색 필요성이 없었는지 그냥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 그렇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집을 팔고 새로 산 내곡동 집이 최순실씨가 골라준 집이라는 증언을 했다.
장씨는 지난 24일 열린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근 뉴스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사간 집을 봤는데 그 집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생각해 곰곰이 생각해봤다"며 "(박 전 대통령의) 그 내곡동 집을 제가 봤던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최순실씨가 "내곡동 집은 이번에 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며 "지난해 유엔빌리지를 물어본 건 내가 살려고 알아본 것"이라고 주장하자, 장씨는 "저는 본 것과 기억한 대로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당시 유엔빌리지에 혼자 다녀와서 '연예인도 사는 곳인데 이사장(박 전 대통령)도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하기도했다.
장씨는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 정부 문서를 너무 많이 보내자 불평을 했다는 증언도 했다.
특히 장시호씨는 어머니 최순득 씨가 지난해 10월 26일 자신의 부탁을 받고 박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 최순실씨의 귀국을 독촉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장 씨는 이날 오후 5시 48분쯤 순득씨에게 전화해 "이모(순실 씨)의 유언장을 찾았다. 이모가 자살하려고 한다"며 "이모가 이사장(박 전 대통령)과 통화가 안 된다며 윤 비서(윤전추 전 행정관)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하는데, 내가 전화할 상황은 아니니 엄마가 대신 해 달라"고 애원했다.
순득 씨는 어쩔 수 없이 장 씨에게 받은 윤 전 행정관의 차명폰(대포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윤 전 행정관은 "지금 외부에 있으니 20분 뒤에 대통령과 통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순득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박 전 대통령과 16분 간의 통화 내용이다.
최순득 씨와 박 전 대통령의 통화내용 |
최순득 씨 : "이런 일로 전화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박 전 대통령 : "글쎄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네요.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최 씨 : "저는 암 수술을 받고 요양 차 딸과 제주도에 있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 : "수술하시고 힘드셨겠네요." 최 씨 :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제가 염치없이 전화를 드렸습니다." 박 전 대통령 : "본인(최순실 씨)과 직접 통화했나요?" 최 씨 : "제 딸과 통화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 "본인(순실 씨)이 일단 한국으로 들어와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최 씨 : "언니 입장에서 동생을 죽일 수 없습니다." 박 전 대통령 : "본인(순실 씨)이 한국에 들어와야 해결됩니다. 아는 변호사가 있습니까?" 최 씨 : "동생이 이혼할 때 변호사가 도와줄 것 같습니다." 박 전 대통령 : "아 그런가요." |
이후 순득 씨는 다시 장 씨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통화내용을 순실 씨에게 전달했다.
결국 독일에 도피해 있던 순실 씨는 이같은 통화 이후 4일 후인 같은달 30일 한국에 입국했고, 다음날 검찰에 출석했다.
= 특검과 검찰, 법조계에 두루 확인해본 결과 가장 큰 이유는 이모 최순실씨와의 관계가 정상적인 이모와 조카의 관계가 아니라 주종관계 또는 일방적으로 부림을 받는 관계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장씨는 기본적으로 이모가 밉기 때문 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가장 잘 드러난 게 지난 24일 최순실씨의 뇌물사건 4차공판이었다.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는 내가 아닌 장씨가 설립한 것이고,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후원도 나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최씨는 이어 "장씨가 영재센터를 끌고 나가고 싶어해 도와준 것이지 (사업) 결재는 말이 안 된다"며 "영재센터에 한 번인가 밖에 안 갔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장씨는 바로 "아니다. 여러번 왔다"고 반박했다.
최씨가 재차 "사무실 짐도 장씨가 옮겼다"며 계속 자신과 영재센터의 관계를 부인하자, 장씨는 "제가 회장님(최씨) 물건을 함부로 갖고 왔으면 화냈을 것"이라며 "아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그만 가리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모가 조카인 장씨에게 책임을 떠넘기자 장씨가 버럭 화를 내는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보통의 이모와 조카와의 관계와는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장시호씨의 평소 멘탈이 그렇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장씨를 조사한 특검 관계자는 "장씨는 기본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의 다른 관계자는 "장씨는 똑똑하고 기억력이 좋지만 공부를 싫어하고 놀기를 좋아한 스타일"이라면서 "있는 건 있는 대로 말하는 그런 멘탈"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는 항간에서 분석하는 대로 양형에서 도움을 받기위해 수사에 협조했고 재판에서도 적극적인 진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시호씨가 사복차림으로 재판에 나오는 것도 빨리 나가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특검에서는 장씨의 평소 스타일이지 양형 때문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검 관계자는 "장씨가 자신을 수사한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편지를 썼다"면서 "어떤 피의자가 그렇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파견검사를 추가하는 문제를 두고 특검과 법무부·대검찰청이 긴장관계라는 얘기다.
특검에서는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을 추가로 파견해 달라고 하고 있지만 법무부와 대검에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재판이 너무 빡빡하기 때문이다.
김현정 앵커는 특검관련 재판이 일주일에 몇번 정도 열릴것 같나?
▶ 최순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블랙리스트 많이 열리겠는데?
= 일주일에 많게는 4~50회 열린다고 한다.
삼성관련 재판만 일주일에 8차례 열린다. 최순실 뇌물관련 공판 두 차례, 이재용 부회장 관련 세 차례, 문형표 전 이사장 두 차례, 이영선 행정관 한 차례 등이다. 이렇다보니 양재식 특검보는 일주일 다섯 차례 공판에 참여해야 하고, 이규철 특검보가 세 차례 공판에 들어가는 실정이다.
특검에서 기소한 건 15개 사건에 31명이다. 그 중 블랙리스트 사건만 이번 주에 네 차례 공판이 열리고 있다. 대부분 두 차례에서 네 차례까지 공판이 열리면서 일주일에 40에서 50회 공판이 열리는 것이다.
통상 재판은 2주에 1회 열리고 집중심리를 하더라도 1주일에 1회 재판이 일반적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집중심리로 일주일에 두 차례 열렸을 정도다.
= 특검에 파견된 검사가 윤석열 팀장을 포함해 20명이었다. 이 중 12명이 복귀하고 윤 팀장 등 8명이 남았는데 재판 대비가 어렵다고 한다.
박영수 특검에서는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의 추가 파견을 요청했지만 법무부에서는 시간만 끌면서 아직도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재판이 수사보다 힘들다"면서 이렇게 공판이 열릴거면 파견검사들을 돌려보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삼성 사건에만 변호사가 20명이고 다른 피고인들까지 모두 합치면 변호인이 1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검사는 특검보 4명을 포함해 12명이니까 거의 1:10 정도다.
특히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경우 자신을 제외한 모든 증인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데 부동의해 80여명의 증인을 무더기로 채택했다. 김 전 실장의 의도가 재판을 질질 끌어서 6개월 만에 출소하겠다는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특검에서는 공판 준비도 공판 대비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특검수사가 끝나고 나니까 모든 게 끝난 것으로 알기 쉽지만 재판이 남았다. 재판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면 누가 책임을 지겠나? 앞으로 특검법을 만들 때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