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후보는 독자완주의 길을 걷고 있고, 당 차원에서는 자유한국당·국민의당과의 3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다소 '이상한' 상황은 양 갈래길에서 고민하는 이들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낮은 지지율·빈 곳간…번지는 불안감
유 후보는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하더라도 언젠가는 국민들께서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주실 거라 믿는다"며 흔들리지 말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일주일에도 몇 번씩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밀리는 결과가 나오자 한 당직자는 "어떡하냐"면서 "토론도 유 후보가 참 잘 했는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그는 "차라리 후보가 대선에서 몇 퍼센트를 받겠다고 약속이라도 했으면 한다"고 했다.
'돈 문제'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빠듯한 보조금으로 대선을 치르다보니 지역 조직이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더욱 조급해지고 있다는 게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의 전언이다.
이 의원은 "우리 지역구에 유세차량 한 대가 있는데 한 자리에 2시간 동안 가만히 서 있더라"라며 "너무 답답해서 '뭐 하는 거냐'며 막 뭐라고 하니 그제서야 이동하더라"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 지역구 기초의원 떠나보낸 김무성·장제원…"말리지 못하겠다"
오보근 부산시의원(부산 사상구)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역구였던 우리 사상의 지역정서는 '문 대 반문(反文)'으로 대척돼 있는 상황"이라며 "대선인데도 불구하고 지방의원으로서 역할을 못하니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역 기류를 접해온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는 최근 오 시의원을 비롯해 송숙희 사상구청장 등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의원은 "장 의원은 (회동 자리에서) '차마 내가 또 한 번 (당신들을) 볼모로 잡고 할 수 있는 지역적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내 걱정하지 말고, 여러분들 길을 알아서 찾아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엄청난 고뇌를 감수하고 우리에게 선택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장 의원도 통화에서 "(그 분들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내가 더 이상 잡고 할 염치가 없다"고 했다. 오 의원 등은 26일 결국 탈당 후 한국당 합류를 선언했다.
김무성 의원도 최근 본인 지역구(부산 중구영도구)의 비슷한 기류를 전해듣고 기초의원들과 만나 "다시 복당하신다는 말씀도 있는 것 같은데, 이제까지 감사한 마음이기에 말리지는 못 하겠다. 각자 판단하시라"며 "(다만) 우리 국회의원 수가 33명이기에 무의미하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 결국 '소신없다' 비판에도 단일화 선택…'잘 안 풀리네'
최근 후보의 완주 의사에도 불구하고, 3자 원샷 단일화 추진을 택한 당 일각의 선택에는 이 같은 답답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본인들이 패권세력으로 규정하고 결별을 선언한 친박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당과 단일화를 시도하는 건 창당정신과 배치된다는 비판에도 현실적 선택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잘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반(反) 문재인 연대를 위해 26일 마련된 정치권-시민사회 원탁회의는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의 불참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만 혼자 참석하는 머쓱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