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후보자의 정책'이 부동층 표심의 향방을 가른다. 25일 열린 4차 대선후보 토론회는 앞선 토론회와 달리 '정책공방'이 이어졌다. 네거티브전에 시달리던 국민들이 간절히 원했던 정책 토론이었다. 하지만 모든 후보들이 정책 토론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CBS노컷뉴스 대선기자단은 각 후보들이 ▲얼마나 자신의 정책을 잘 설명했는지 ▲상대의 정책이 가지는 허점을 적절하게 파고 들었는지 ▲정책공방에서 벗어나 네거티브로 흐르지는 않았는지 등의 관점으로 토론회를 지켜봤다. 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 이번 4차 토론회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낮은 점수를 줬다. 이외 네 명의 후보에게는 '중간 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를 매겼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정책 토론을 네거티브 공방처럼 수행했다는 평이다.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해도 "확인해보시라"는 식으로 답을 회피한 탓이다. 특히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일자리 공약의 '재원 마련책'을 따져 묻자, 문 후보는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고 일갈한 게 대표적이다.
문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증대'는 대선 기자단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을 만큼 인기 공약이자 사실상 문 후보의 메인 상품이다. 그러나 이를 선택한 응답자 대부분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라는 의문을 거두지 못했다. 문 후보가 유 후보의 질문에 적절하게 답했다면 오히려 자신의 정책을 더 홍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후보는 그간 여러차례 설명했고, 토론시간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 토론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었다. 네거티브 공방이 오갈 때는 다소 당황하거나 격앙되기도 했지만, 순수하게 '정책 대결'을 펼치는 안 후보는 차분했다. 특히 안 후보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중국과의 외교가 중요하다며 '환경 안보'를 언급함으로써 또다시 색깔론에 빠질 수 있었던 토론을 정책 공방으로 이끌어갔다는 평가다.
또 유 후보의 '칼퇴근법' 공약을 칭찬하면서 상대의 정책을 인정하는 너그러운 모습도 보였다. 홍 후보가 내세운 '뉴딜정책 일자리 110만개' 공약의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묻는 것도 적절했다는 평이다. 그간 홍 후보는 '돼지발정제' 등의 논란에 대한 공격만 받았을 뿐 공약에 대해 점검받을 기회가 없었다. 다만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정책을 문 후보가 호평한 것을 두고 공방을 벌인 것은 여전히 네거티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유 후보의 평가는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유 후보가 토론을 잘 한다는 평은 꾸준히 받지만 실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후보의 허점을 공격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정작 자신의 정책 설명에는 소홀한 탓이다. 실제 유세현장에서 만난 시민은 "유 후보가 토론을 잘해서 좋아졌다"고 했지만 유 후보가 내세운 공약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일자리 증대 공약에 대해 재원마련 방안을 지적한 것이나 안 후보가 내세운 '5-5-2 학제개편' 공약의 현실성을 문제 삼은 것은 주효했다. 그러나 자신의 일자리‧교육정책이 어떻다는 것에 대한 홍보는 여전히 부족했다.
문 후보가 "동성혼 합법화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을 때 심 후보는 "동성애는 찬‧반을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한 것은 토론의 벼리를 잘 틀어쥐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심 후보 본인이 어떤 성소수자 정책을 지향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더라면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는 정책 토론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였다. 본인 스스로 '홍카콜라'라며 속 시원하게 할 말을 다 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했지만 이번 토론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모든 정책의 대안을 '강성귀족노조 탄압'으로 풀어내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속을 오히려 답답하게 했다.
홍 후보에게는 정책 토론보다는 네거티브 공방이 더 익숙했다. 안보 주제에 대해 얘기할 때도 그는 문 후보에게 '동성애에 반대하냐'고 묻는 등 주제를 이탈하기 일쑤였다.
또 정책검증 토론 시간에도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을 따져 묻다가 손석희 앵커가 "정책토론 시간"이라고 주의를 주자, "사법정책에 관한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