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는 토종 타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일본을 평정하고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하고 '돌아온 빅 보이' 이대호(롯데)야 '용병급 타자'로 평가받는 터라 차치하더라도 각 부문에서 국내 타자들이 순위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거포의 상징인 홈런 부문은 최정(SK)의 독주다. 지난해 NC에서 뛴 에릭 테임즈(밀워키)와 공동 홈런왕이었던 최정(SK)은 10개로 이대호, 한동민(SK) 등 2위 그룹과 3개 차 1위다. 힘에서 한 수 앞선다는 외인 타자 중에서는 재비어 스크럭스(NC)가 6개로 공동 4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지난해 확실히 검증을 받은 루이스 히메네스(LG) 외에는 특출한 외인 타자가 없다. 히메네스는 타점 1위(22개)를 달린다. 타율 3할3리, 5홈런도 나쁘지 않다. 로저 버나디나(KIA)도 도루 1위(8개)지만 타율(2할9푼3리)과 출루율(3할4푼8리)을 더 올려야 한다.
특히 새 외인 타자들은 대부분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다린 러프(삼성), 조니 모넬(kt)이 2군으로 향한 가운데 대니 워스(SK)는 부상까지 겹쳐 1군 전력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모두 1할대 타율에 허덕인 끝의 1군 제외다.
여러 가지 원인이 꼽힌다. 낯선 리그에 대한 적응 기간일 수 있다. 지난해 닉 에반스(두산)도 초반 극심한 부진을 보이다 5월부터 살아나 타율 3할8리 24홈런 81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올해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은 새 외인 타자들의 부진과 투수들의 선전을 설명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들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다. 에반스처럼 부활이 보장된다면야 얼마든 기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실제로 외인 타자로 골머리를 앓는 모 구단은 교체 선수를 물색하기 위해 해외로 떠난 상황이다. 다른 구단들도 여러 채널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바꿀 만한 마땅한 자원이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교체하려면 진작에 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정말 선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점점 쓸 만한 타자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적이 보장된다면 돈이 대수랴. 선수가 없어서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더 크다. 외인 타자들 때문에 각 구단들이 끙끙 앓고 있는 이유다. 앤드 번즈(롯데)도 초반 반짝했지만 최근 10경기 타율이 2할에 못 미친다.
새 얼굴만 그럴까. 이미 KBO 리그 경험이 있는 타자들도 썩 좋지 않다. 연봉 150만 달러(약 17억 원)의 윌린 로사리오(한화)도 올해 타율 1할8푼8리다. 그나마 2군에 다녀온 뒤 지난 주말 3연전에서 4안타 2홈런 4타점을 올렸지만 25일 롯데전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대니 돈(넥센) 역시 1할대 타율로 2군으로 내려갔다.
모든 외인 타자들이 테임즈처럼 괴물같은 활약을 보일 수는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용병 타자라면 타율 3할-30홈런-100타점 안팎을 기대한다. 중심 타자로서 해줘야 할 책임이다. 물론 버나디나와 워스, 번즈 등 거포형이 아닌 선수들은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기대치는 있다. 과연 외인 타자들이 부진을 떨치고 '용병급'에 걸맞는 활약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