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후보의 정치 이력에선 세 번째 찾아온 위기 상황이다. 1차 위기는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재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혔을 때였고, 두 번째는 이듬해 4월 총선에 앞서 본인과 측근들이 공천에서 배제됐던 상황이었다.
3라운드인 셈인 이번엔 앞선 사례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두 차례의 위기가 박 전 대통령과 친박(親朴) 등 집권 세력 혹은 권력자에 의한 핍박이었다면, 현재 단일화 압박을 가하고 있는 세력은 함께 새누리당 탈당을 감행했던 김무성 의원과 그의 측근의원들이다.
위기상황마다 유 후보의 선택은 정면 돌파였다. 원내대표 재임 당시 청와대의 반감을 샀던 이유는 당시 야당의 국회법 개정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었다. 국회법 중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을 경우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는 조항을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개정했다.
유 후보가 야당의 요구조건을 들어준 이유는 공무원연금개혁 관련 입법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야당은 ‘세월호법’과 관련된 행정명령을 수정하기 위해 협상안을 내밀었다.
박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결과 유 후보와 측근 의원 대부분이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는 두 번째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당시에도 탈당을 감행하는 ‘직진’을 선택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전직 의원은 “김무성 당시 대표의 회유가 있었다. 불출마하거나 지역구를 옮겨 수도권 험지로 출마하라는 타협책을 제시했었다”고 회고했다. 공천권을 일부 쥐고 있었던 김 의원이 유 후보의 정치적 몸집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친박의 공세에 수동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 공천에서 배제됐던 인사들의 의혹이다.
그러나 김 의원 측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어떤 종류의 회유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유 후보는 이번에도 타협 없이 명분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5일 측근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 후보 측엔 김 의원이 친박의 원내대표 사임 압박과 공천 배제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결과 매번 상황이 악화됐다는 불신이 쌓여 있다. 때문에 사실상의 후보 사퇴 요구로 해석되는 단일화 압박을 계기로 두 사람의 ‘결별’ 가능성이 루비콘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 후보의 한 측근 인사는 김 의원의 측근인 이진복‧장제원 의원 등이 후보 단일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탈당하겠다는 발언을 한 뒤 한때 김 의원 자신의 탈당설(說)이 나돌자, “탈당이 오히려 순도 높은 보수 개혁 세력 결집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