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레알?] 홍준표 "원래 '서민'이라는 용어는 좌파 용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7일 오후 충남 천안시 천안터미널 광장에서 유세하면서 "서민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원래 서민이라는 말은 좌파들의 용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역 앞에서도 "원래 서민이란 말은 좌파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라며 "보수우파의 적통인 이 당에서 제가 왜 서민대통령을 하겠다고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느냐면 저희 아버님이 막노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 경기도 성남시 유세 때도 "원래 서민이라는 용어는 좌파 용어"라고 똑같은 말을 한 바 있다.

이념성 인정 여부를 떠나, 실제로 원내 각 정당의 강령·정강에서는 '서민'이라는 용어의 차별적 지위가 확인된다. '서민'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농어민·소상공인 등 서민과 중산층의 권리 향상"(민주당)이나 "중산층과 서민이 공존하는 역동적 사회"(국민의당)라는 목표를 각각 제시하고 있다. 정의당은 더 나아가 서민 대신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라며 '노동자 정당'을 선언한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강령에는 '서민' 없이 '국민'이 나온다. "보수의 가치와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치를 국민과 공유"(자유한국당)하거나,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라는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국민과 함께 보수혁신"(바른정당)한다는 목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강령 시작 부분
민주당·국민의당 세력이 '서민'을 선점한 양상이고, 이들 정당은 '자유한국당에 비해' 좌파임을 감안하면 홍 후보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서민은 탈이념적 용어다. 자유한국당 계열 정치인 등 우파 세력에서도 적극 활용해온 어휘다. 나아가 '서민대통령'이란 파생 용어도 좌우 가릴 것 없이 각 당이 적극적으로 내세워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수석비서관회의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서민생활 안정"을 강조했다. 또 박근혜정부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이란 법을 지난해 공포했다. 이는 현행법 가운데 서민이라는 용어가 쓰인 유일한 법이다.

'반공'을 국시로 한 박정희 전 대통령도 시정연설 등에서 서민이란 용어를 즐겨 썼다. 1963년 10월 호남 유세 도중에는 "동학혁명은 부패와 당파싸움, 그리고 사대주의에 물든 탐관오리들의 도약에 항거한 최초의 대규모 서민혁명"이라는 언급도 했었다.

1964년 10월4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된 박정희 공화당 대선후보의 '서민혁명' 발언 (출처=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특히 90년대 후반부터 자유한국당 전신인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의 직계·방계 대선 경선주자들이 저마다 '서민대통령'을 표방해왔다.

1997년 이수성 전 총리는 "기쁨도 아픔도 함께 하는 서민대통령"을, 당시 신한국당을 탈당한 이인제 후보는 "함께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서민대통령"을 선언했다.

2007년 대선판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경제 대통령'을 앞세워 당선된 뒤, 취임 2년차에 고향인 경북 포항을 찾아 "시장에서 좌판 장사했던 정신을 잊지 않고 영원한 서민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때 한나라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 출마했던 이회창 후보마저 '국민 속으로, 서민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선거전을 벌였다.

홍 후보는 2007년에도 "한국을 개조하는 '서민대통령'이 되겠다"면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었다.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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