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고통 커지는데…정부는 수출 회복에 '낙관론'

"봄기운 느껴진다"며 장밋빛 전망…물가·실업률 치솟아 체감경기 '냉랭'

부진했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경제부처와 WTO(세계무역기구) 등에 따르면, 2년여간 침체일로에 빠졌던 수출은 올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2월 수출액은 835억달러로 전세계 주요 71개국 가운데 6위를 기록, 지난해 8위에서 두 계단 뛰어올랐다.

금액으로는 다섯 달 연속 증가에 석 달 연속 두자릿수 상승이다. 증가폭도 10대 수출대국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최대 수출대국인 중국의 수출액은 4%, 2위 미국과 3위 독일은 각각 6.9%와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출에 파란불이 켜지면서 지난해 2.3% 감소했던 기업 설비투자도 올해는 6.3% 증가로 돌아설 전망이다.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상향 검토하는 등 최근 들어 부쩍 낙관론을 입에 올리는 배경이다.

실제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우리 경제에 봄 기운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1분기 성장이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 부총리는 특히 "소비가 아직 부진한데 수출이 더 좋아지면 소비도 따라갈 것"이라며 "지표가 좋아 추경을 편성할 이유가 없다"고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인식은 여전히 수출만 좋아지면 경제가 좋아질 거라는 이른바 '낙수효과 이론'에 머물러있다는 지적이다.

수출 증가의 상당 몫이 고용 창출과는 거리가 먼 대기업 반도체 분야여서, 역대 최악 수준인 실업률과 가계부채 등 장기화된 내수 부진 극복엔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달만 해도 반도체 산업의 수출액은 일년전보다 42% 늘어난 75억 달러를 기록, 전체 수출액의 15.4%를 차지했다. 석유제품 수출액 역시 유가 상승에 힘입어 일년전보다 63% 증가했다.

따라서 수출 증가만 강조할 게 아니라, 그 배경이 된 국제유가 상승이나 가파른 수입 증가세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KDI(한국개발연구원) 권규호 연구원은 "지금 수출이 많이 늘어난다고 얘기하지만 반대로 수입도 많이 늘고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보다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말부터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반면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 심리도 차츰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2를 기록, 한 달전보다 4.5포인트 올랐다. CCSI가 100을 넘었다는 건 경기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낙관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걸 가리킨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심리도 '기업 중심'의 인식일 뿐,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각각 4.3%와 2.1%를 기록, 가계의 경제적 고통을 나타내는 지표인 '경제고통지수'는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수출 회복에 대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일반 국민들은 여전히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로 팍팍한 삶에 허우적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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