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 것에 둘 다 공감을 했다. 사실 현장에 자연스럽게 가면 의상을 다 입은 순간, 내가 그 캐릭터를 입는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옷을 고르는 시간이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그 시간에 연기나 캐릭터 고민하는 게 낫다. 처음부터 격없이 이야기하고 지냈기 때문에 (김남길) 오빠와 연기에서도 호흡이 편안했던 것 같다.
▶ '어느 날'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인생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고, 배우라면 작품이 특히 그렇다. 이제 앞으로는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 왜 남들이 꺼리는 게 나한테 주어질까, 왜 힘든 미션만 주어질까 생각해봤다. 고를 수 없는 상황도 있었겠지만 어느 정도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좋아하는 내 성향에 따른 결과다. 앞으로 내가 어떤 작품을 해나갈지 나도 궁금하다. 예전에는 오롯이 내 느낌으로 선택했다면 이제 조금 더 여러 가지 이유가 반영될 것 같다. 팬들도 보고 싶은 모습이 있으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 이미지가 하나로 고착화되면 소비될 수 있으니 작품마다 불태우려고 하기는 한다. 지금까지는 내 자신을 생각하지도 않고 너무 작품만을 생각했다. 이제 해보고 싶은 것도 하고, 주변도 돌아볼 때가 됐다. 조건이나 상황이 맞으면 드라마도 해보고 싶다. 드라마는 여성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다.
▶ 확실히 영화계에서 여성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남성 배우들보다 한정돼 있는 것 같다. 꾸준히 영화를 촬영해 온 배우로서 이런 상황을 변화시킬 방도가 있다고 보나?
- 남성 배우들만큼의 에너지는 내게도 충분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은 이런 거다. 남성 배우들은 같은 경찰을 맡아도 굉장히 다양한 경찰 역할이 있다. 여성 배우들은 모성애를 강조한 어머니, 팜므파탈 아니면 청순가련. 이렇게 고정된 이미지말고, 새로운 것들이 없다. 여성 배우들 또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낼 수 있고,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실패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소모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더 많이 보여주면서 좀 더 과감하게 노력하면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 얼마 전에 팬들과 팬미팅도 하고 요즘 소통을 활발히 하는 것 같더라.
-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가려는 마음이 가장 크다. 작품이나 배우로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한데 어려워하거나 낯설어 하는 분들이 꽤 많더라. 내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하시고, 소통을 원하시니까 감사함을 표하는 차원에서 하는 일들이다. 이번 영화가 그런 시작단계의 작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