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장 양식의 사진 파일에는 '안철수가 MB 아바타가 아님을 인증함'이라는 손글씨가 적혀 있다. 하단엔 '더민주당 지지자(도장)'가 박혀 있다.
이는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진원지가 문 후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한 안 후보의 '전략'이었지만 부메랑은 도리어 안 후보 자신에게 돌아왔다. 토론회 직후 안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와 자신을 뜻하는 자(自)가 합쳐진 '자거티브'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지상파와 종편 등 7개 채널 시청률 합이 38%에 이를 만큼 첫 번째 법정 토론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았지만, 정책이라는 본질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이 더 부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분야 토론에서 정책 대결을 벌인 부분은 사병 월급 인상과 군복무 단축, 검찰 개혁 등 소수 이슈에 그쳤다. 나머지는 대북 송금 등 북한 관련 이슈로 후보들 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홍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안 후보는 "사퇴하라고 말했기 때문에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겠다"며 홍 후보의 얼굴 대신 정면을 바라보고 토론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안 후보에게 "보고 말씀해라. 국민들이 조잡스럽게 생각한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토론회가 정책 대신 감정싸움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토론 '고수'로 평가되고 있는 정의당 심 후보와 바른정당 유 후보가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여권의 한 관계자는 "유 후보가 토론을 아무리 잘해도 안 후보의 "실망입니다. 그만 좀 괴롭히세요" 발언 한 방에 토론이 단절돼 버렸다"며 "정책 토론을 이끌지 못하는 부분은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고 평했다.
토론회가 네거티브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각 캠프에서는 정책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A 후보의 캠프 핵심 관계자는 "토론회를 본 뒤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나 의심스러웠다"며 "밤새 준비한 정책 공약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