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파면'으로 치명상 입은 유정복…'회전문 인사'만 반복

유정복 인천시장(사진= 인천시 제공)
친박 핵심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측근들을 주요 자리에 배치하는 등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진용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명상을 입은 유 시장이 '재선 성공'에만 골몰하면서 측근들의 무리한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측근 A 씨는 지난 24일 "유 시장은 '인천시민들만 보고 가겠다. 진정성이 내 최고의 무기다. 이번 대선이 끝나고 나서 추이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했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내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높게 봤다.

측근 B 씨는 "유 시장은 자유한국당 당적을 계속 보유한 채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면서 "3선에 실패하는 경우는 많지만 재선에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이 되지 않았더라도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처럼 차기 정권은 보수세력이 잡기 힘들다"며 "(탄핵으로) 오히려 1년이라는 텀(준비기간)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측근 C 씨는 "박근혜 정권이 12월까지 못버티고 이번에 깨졌으니까 그런 점에서 유 시장도 전혀 충격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임기 내내 회전문 인사…한 번 쓴 인사는 계속 기용

유 시장은 내년 시장 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위한 진용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학연·지연으로 맺어진, 한 번 쓴 인사를 돌려쓰는 무리한 '회전문 인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도시공사 신임 사장에는 황효진(58) 인천시 대외협력 특보가 임명됐는데 유시장과 인천 제물포고 동문이다. 앞서 김우식(63) 전 인천도시공사 사장은 지난달 22일 퇴임 9개월을 남겨놓고 퇴임식도 없이 부임 2년 2개월 만에 전격 사임했는데, 검단신도시 개발, 미단시티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의 사임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김 전 사장은 검단스마트시티와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둘러싸고 인천시와 심각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 신설된 시민소통협력관(2급)에 임명된 박제홍(64) 전 인천문화재단 이사는 문화 전문가로, 시민단체와 접촉면이 거의 없는 인물로 전해졌다. 그는 유 시장의 제물포고 선배로 2014년 지방선거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4년 지방선거 때 유 시장의 캠프에서 활동한 황기영(54)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은 지난 7일 영종도 미단시티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발을 맡고 있는 특수목적법인 미단시티개발㈜ 대표가 됐다. 황 대표는 유시장과 연세대 동문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인사에 대해, 유시장이 재선을 위해 자기 사람들을 주요 자리에 앉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에서는 전문가라고들 하는데 그것보다는 김포·제물포고 출신이나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로 다 채워져 있고, 최근 인사도 그 선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유 시장의 임기말 회전문 인사가 정점을 찍고 있다”며 “측근 회전문 인사를 철회하고 정상적인 인사로 돌리라"고 촉구했다.

◇ '형님 땅' 특혜·월미은하레일 재추진 등 잇단 논란

유 시장이 그 동안 추진했던 많은 정책이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시는 지난 2월 중구 북성동 월미도 일대 34만7천㎡에 적용되는 고도제한을 대폭 완화했는데 이곳에는 '유정복 형님 일가' 땅과 김홍섭 중구청장 땅이 포함돼 있다. 고도제한은 기존 7~9층 이하에서 최대 50m(17층) 이하로 대폭 완화됐고 용적률도 350%에서 최대 800%까지 높아졌다.

인천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보통 공직자 같으면 오해받기 싫어서 자기 형님 땅의 고도제한을 푸는 일을 안 할텐데 보란 듯이 제한을 풀었다"고 비판했다.

1천 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한 월미은하레일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한 것도 논란거리다.

지난 18일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는 190억 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부실시공으로 개통도 못하고 폐기된 인천 월미은하레일 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해 세금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착공 예정이어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자치단체장이 어떤 형태로든 결단을 내리고, 시민들에게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추진하면 추진하는 대로 명확하고 소신있게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유 시장의 작은형이 대표로 있는 대양종합건설㈜은 인천교통공사로부터 월미은하레일 역사(驛舍) 부실시공에 따른 민사 소송을 당해 지난 2월 1심에서 9억여 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대양종합건설이 속한 한신공영 컨소시엄은 총 83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검단스마트시티 사업 무산을 두고도 유 시장 책임론이 일었다. 이 사업은 인천도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는 인천 서구 검단새빛도시 11.2㎢(338만 평) 중 470만㎡(142만 평)를 첨단 자족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유 시장이 2015년 3월 박 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하면서 성사시킨 이 사업은 1년 8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최종 무산됐다.

또한 인천시는 최근 기획조정실장 주재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를 참석시켜 인하대 송도캠퍼스 부지 '부분 매입' 건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어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인하대 최순자 총장은 2014년 유 시장이 당선되자 시장직 인수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이듬해 3월에 4년 임기의 인하대 총장에 취임했다.

◇ '유 시장, 대선 이후 급격히 힘 빠질 듯'…'앞길 험난'

친박 핵심인 유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이 된 상황에서 내년 재선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선이 끝나게 되면 적폐청산이 될지 개혁이 될지 지켜봐야 하지만 과거사 정리를 하게 되면 유 시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힘이 확 빠지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시장이 짜여진 일은 하는데, 기본적으로 맥을 못 짚는 것 같다"며 "유 시장에게 향후 4년을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본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입지가 좁아진 유 시장이 과연 여러 악재를 털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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