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태양을 낮에 뜬 달이라고 하는데"…총장직 사퇴

"총장직에 앉아 있으면 학교도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듯"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4일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직 사퇴를 밝혔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참여정부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이 대북인권결의안을 북한에 물어보자고 했다고 폭로한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이 24일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북한대학원대학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정치 논쟁의 한복판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며 "이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총장직에 (계속) 앉아 있으면 학교도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것 같다"며 "학교에도 좋지 않고 저에게도 좋지 않은 것 같아 (총장직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대북인권결의안 기권 입장은 유엔 투표(2007년 11월 21일) 전까지 정해지지 않았고, 11월 20일 싱가포르 순방에서 북한의 입장문이 국정원을 통해 들어온 이후에 기권 결정이 내려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지난 21일에는 국정원을 통해 전달된 북한의 전통문, 일명 '송민순 메모'까지 공개하면서 대선을 보름 여 앞두고 논란의 중심 인물이 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유엔 표결은 '주권사항'이라고 북한에 '통보'를 한 것이지, 사전에 의견을 구한 것은 아니라면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등의 혐의로 송 전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송 전 장관은 자신이 고발된 것과 관련해 "민주당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송 전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자신이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 표결에서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쓴 손편지를 공개하는 등 문 후보와의 진실 공방에서 물러서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송 전 장관은 '추가로 공개할 자료가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제가 태양을 태양이라고 해도 낮에 뜬 달이라고 하고 넘어갈 상황"이라며 "추가 공개할 필요성을 지금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송민순 메모'를 '제2의 NLL 사건'으로 규정할 만큼 강력한 대응에 나서자, 참여정부 당시 공직을 맡았던 인사들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참여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07년 11월 16일은 이미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우리 정부가) 기권하자는 결정을 했다"며 "그날 우리가 다 기권으로 결정했는데 그러면 '찬성은 어떻겠느냐는 것을 북한에 물어보자'는 말은 오히려 송민순 전 장관이 얘기했다"고 폭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우택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이날 "(문 후보 측이) 출처도 불분명한 정체불명의 자료를 공개했는데 오히려 대북결재 의혹을 더 키우는 황당한 반박"이라며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도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송 전 장관은 아주 심지가 굳고 국가관이 뚜렷한 분"이라며 "그분이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송 전 장관을 엄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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