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아이스하키의 기적, 새로운 역사의 시작

카자흐스탄 12전 전패 끊고 사상 첫 승리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에 출전한 6개국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에서 최약체라는 평가에도 폴란드, 카자흐스탄을 연파하고 중간 순위 1위로 올라서는 '이변'을 일으켰다.(사진=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우리는 기적이라고 했고, 그들은 역사라고 불렀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4일(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카자흐스탄과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 2차전에서 5-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995년 아시안컵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 1-5 패배를 시작으로 지난 22년간 한국 아이스하키는 카자흐스탄과 12번을 싸워 모두 패했다.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일방적 열세였다.


하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무서운 성장세를 선보이는 한국 아이스하키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귀화 선수 5명이 포함된 ‘최정예’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 3피리어드에만 4골을 몰아치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가져온 승리라 더욱 의미가 크다.

백지선 감독은 경기 후 “놀라운 경기였다. 제대로 탄력을 받았다”면서 “카자흐스탄은 굉장히 까다로운 팀이었는데 운 좋게 승리를 거뒀다”고 기뻐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 아이스하키는 카자흐스탄과 같은 강호와 싸우는 경험이 부족했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스하키 강국을 상대하는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출신의 귀화 수비수 알렉스 플란트는 북미아이스하키(NHL) 드래프트에서 에드먼턴 오일러스에 뽑혀 정식 데뷔도 했지만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고, 이후 오스트리아, 노르웨이를 거쳐 지난 시즌부터 안양 한라에서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사진=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이 경기의 승리 주역은 지난 4월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은 수비수 알렉스 플란트(안양 한라)다. 플란트는 견고한 수비로 카자흐스탄을 괴롭힌 것은 물론, 2골 1어시스트로 공격적인 재능도 뽐냈다.

플란트는 “(한국 국적을 얻어) 처음 출전한 대회였고, 역사를 쓰게 됐다는 점은 전혀 몰랐다”면서 “새 역사에 함께 했다는 점이 기쁘지만 기쁨은 잠시 뿐이다. 이제는 다음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라고 진지하게 대회에 임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한국의 역사적인 카자흐스탄전 첫 승리는 상대에게는 아픔이었다. 이 패배로 카자흐스탄은 디비전1대회에서 8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했다. 우승과 함께 월드 챔피언십 진출을 노렸던 카자흐스탄에는 상당한 일격이었다.

카자흐스탄의 에두아르드 잔코베츠 감독은 “한국은 매우 강한 팀이었다. 특히 3피리어드에는 우리보다 훨씬 더 나은 경기력을 선보였다”면서 “오늘 경기는 우리가 부족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20년 넘게 묵묵히 비인기종목이던 아이스하키를 지원해온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은 열세가 분명했던 한국이 세계적인 강호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5-2 짜릿한 승리를 거두자 크게 기뻐했다.(사진=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이 승리로 사실상 디비전1 그룹A 잔류를 확정한 백지선 감독과 한국 아이스하키는 '꿈의 무대'로만 여겨졌던 '1부리그' 월드 챔피언십 진출이라는 더욱 분명한 목표를 향하고 있다.

이번 대회의 1, 2위는 2018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릴 월드 챔피언십 출전권을 얻는다. 중간 순위 1위를 달리는 한국은 2위 헝가리와 대결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이 승점 6점으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헝가리는 폴란드, 카자흐스탄과 함께 3점으로 추격 중이다. 헝가리를 상대로 승점을 확보할 경우 경쟁 팀의 승점을 빼앗는 '두 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헝가리는 한국과 대결에서 11승1무2패로 일방적인 우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백지선 감독과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이미 앞선 폴란드, 카자흐스탄과 경기에서 역대전적의 열세를 극복한 경험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25일 밤 헝가리를 상대로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와 기적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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