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스탠딩 방식으로 치러진 이날 토론회에선 선거가 임박해서인지 더 직설적이고 단호한 표현들이 동원됐다.
◇ "홍준표와 토론 안해"…왕따 '스트롱 洪'
최근 '돼지흥분제'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굴욕을 경험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부터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면서 "오늘 홍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다. 국민 여러분께 양해 부탁드린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홍 후보 사퇴를 강력 촉구하며 공동전선을 폈다. 안 후보는 홍 후보에 질문을 하거나 답변을 하면서도 "사퇴하라고 말했기 때문에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아예 질문은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홍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제기 등에 대해 "대답할 가치가 없다"면서 간단히 일부 사실관계만 언급한 뒤 "다시 확인해보라"고 했다.
결국 특별한 질문을 받지 못한 홍 후보는 홀로 시간이 남아 혼자 연설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 다른 후보들의 논쟁에 중간중간 "초등학생 토론", "한심한 토론"이라고 비판했다.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는 안 후보에는 "보고 말씀해라. 국민들이 조잡스럽게 생각한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 劉 "거짓말이면 사퇴?" 文 압박…沈 "답답"
유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도 북한 관련 이슈로 문 후보를 공격했다. 유 후보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주장과 문 후보의 주장이 배치대는 것과 관련해 "만약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후보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문 후보가 "(사실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다음 토론회에서 질문해달라"면서 "유 후보는 개혁적 보수로 봤는데, 대선 길목에서 또다시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들거나와 실망스럽다"고 반박했다.
유 후보가 "문 후보의 발언이 거짓말이면, 후보를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고 재차 압박하자, 이를 보다 못한 심 후보가 나섰다.
심 후보는 유 후보와 문 후보의 공방을 끊으면서 "저는 좀 답답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 결정이 잘 됐느냐, 잘못됐느냐지 진실공방이 아니"라면서 "정치권이 늘 진실공방으로 끌고가 이전투구하는 것은 고질병"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유 후보에 "대통령이 되면,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인가? 적대적으로 담을 쌓을 것인가?"라고 역공을 펼쳤다.
◇ 安 "제가 MB 아바타?" VS 文 "손드세요!"
안 후보의 질문은 지지율 1위인 문 후보에 쏠렸다. 안 후보는 유 후보와 심 후보가 북한 관련 이슈로 공방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저는 주제를 좀 바꾼다"면서 문 후보에 "제가 갑철수냐, 안철수냐?"고 물었다.
다소 뜻밖의 질문에 문 후보가 못 알아들은 척 다시 물었지만, 안 후보는 여전히 "제가 갑철수냐, 안철수냐"고 거듭 물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문 후보 측이 제작한 네거티브 공세 관련 문건을 판넬로 만들어와 흔들면서 "국민 세금으로 네거티브 비방을 한 증거가 다 있다"고 했다.
이어 문 후보 아들의 취업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열어 투명하게 검증받자"고 수차례 압박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손을 드시죠"라며 발언권 기회를 따로 얻지 않고 발언하는 안 후보를 제지한 뒤 "전 해명 끝났다. 안 후보는 열심히 해명하시라. 상임위 개최를 어떻게 요구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두 번째 자유토론 시간에도 안 후보의 깜짝 질문 공세는 계속됐다.
안 후보는 문 후보에 "제가 MB 아바타냐"고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문 후보는 "항간에 그런 말도 있다"고 하자,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생각을 묻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안 후보는 "민주당에서 저를 MB 아바타라는 소문을 유포하는데,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문 후보는 "아마 SNS에서 공격받는 것을 말하는 모양인데, 저는 그런 악의적인 공격을 다른 후보들이 받은 것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이 받았다"면서 "저는 (안 후보가 MB 아바타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 安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고개 절레절레
문 후보를 거세게 밀어부치던 안 후보는 유승민 후보의 공격에는 "그거 참...그만 좀 괴롭히십시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유 후보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유세 연설에서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저는 초대 평양대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자, 안 후보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같이 말했다.
유 후보가 지속적으로 공격하자 안 후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안 후보는 "유 후보, 정말 실망"이라면서 "박 대표는 제가 집권하면,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잘라 말했다.
유 후보가 박 대표와 관련한 질문을 계속해서 퍼붓자 안 후보는 "박 대표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라며 거듭 "아유, 유 후보 실망이다"고 했다.
후보들의 네 번째 토론은 24일과 25일 연이어 열릴 예정이다. 선거날인 5월 9일 이전까지 남은 토론회는 모두 네 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