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후보들이 "상대 안 하겠다"며 투명인간 취급을 하면서 5명 후보들에 18분씩 할당된 질문 및 답변 시간이 소진된 뒤에도 홍 후보만 시간이 남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홍 후보에 대한 '왕따'는 유일한 여성 후보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먼저 시작했다. 심 후보는 북한 핵 해법에 대한 후보자 별 공통답변 시간을 할애해 홍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양해를 구한다"고 운을 뗀 뒤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홍 후보를 공격했다. 이어 "국격을 생각할 때 홍 후보는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오늘 홍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 후보는 최근 다시 공개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2005)에서 대학생 시절 동료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돼지흥분제를 사용한 일에 관여된 일화를 적어 과거 성범죄 연루됐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심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받았다. 유 후보는 자유토론 시작 직후 첫 발언으로 "이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다. 저는 홍 후보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홍 후보를 "돼지흥분제로 강간 미수 공범"이라고 규정한 뒤 "이제까지 한 번도 피해 여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문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사퇴 입장을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홍 후보가 사퇴하면 선거에 불리하기 때문 아닌지 저는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사퇴론을 거들었다. 안 후보는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며 "자서전에서 성폭력을 모의한 것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신에 이미 많이 보도돼 국격이 심각하게 실추됐다"고도 했다.
홍 후보는 자기 차례가 오자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는 "지금부터 45년 전 고려대 앞 하숙집에서 있었던 사건"이라며 "친구가 성범죄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막지 못한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 제가 자서전에서 고해성사했다"고 해명했다.
홍 후보는 "제가 직접 (돼지흥분제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그렇게 한 것을 못 막은 것을 정말 죄송스럽다. 다시 한 번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른 후보들이 홍 후보의 자격을 문제 삼은 결과 질문을 하지 않아 홍 후보만 시간이 남아도는 현상이 벌어졌다. 다른 후보들이 3~4분씩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홍 후보는 8분이 남았고, 결국 토론이 끝난 뒤 혼자만 시간이 남아 2분 정도 독백을 해야 했다.
홍 후보도 참고만 있지는 않았다. 안 후보가 질문은 하면서도 "마주보지 않겠다"며 외면하자, "거 참 조잡해 보인다"고 비아냥댔다. 문 후보가 돼지흥분제 사건과 홍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연루 혐의 등에 대해 "제일 자격이 없는 후보"라고 몰아세우자, 홍 후보는 "성 전 회장을 두 번이나 사면하지 않았느냐. 맨입으로 해줬느냐"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