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직업, 결혼, 자녀, 건강으로 본 선택의 경제학

'인생을 결정짓는 다섯 가지 선택'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을 가리켜 “B와 D 사이의 C”라고 했다. 모든 생명은 탄생birth과 동시에 죽음death을 수반하고, 삶의 매순간 선택choice의 기로에 놓여 있으며, 선택에 따라 삶이 변화change된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인생을 좌우하게 될 결정들을 대부분 젊은 시절에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학력, 직업, 결혼, 출산, 건강에 대한 선택은 나중에 되돌릴 수 없고 바꿀 수 있다고 해도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인생을 결정짓는 다섯 가지 선택'은 인생을 건 선택을 해야 하는 결정의 순간 불확실성을 줄이고 리스크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선택의 양상을 명쾌하게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에서 쓰이는 개념과 원리를 동원한다. 예컨대 이 책에서 다룬 많은 선택은 장기적인 결과를 초래하므로 현재 대 미래의 ‘시간선호’ 문제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다니는 것이 수익을 높이기 위한 ‘인적 자본’ 투자로서 유용하지만 교육에 드는 시간 역시 ‘기회비용’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규모의 경제’와 ‘전문화’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짚으며 누구나 가지고 있는 ‘비교우위’가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거인이 있는 가정에서 작동하는 ‘규모의 경제’와 ‘공공재’의 가치를 알아보고, 디너파티나 온라인 데이트사이트를 ‘파트너 시장’으로 비유하거나, 자신과 ‘보완’적인 파트너가 나을지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파트너가 나을지를 고찰하기도 한다.

자녀 출산 및 양육과 관련해서는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비용과 가치를 따져보며, 자녀와 부모의 관계를 ‘주인과 대리인’ 개념으로 설명한다. 한편 개인을 건강을 ‘생산’하는 CEO에 비유하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습관의 중요성과 건강상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자녀와 건강 문제를 개인적 선택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에 미치는 ‘외부효과’로 확장시키는 대목도 흥미롭다.

책 속으로

사람들이 자기에게 필요한 제품을 직접 전부 만들어 사용하지 않는 까닭의 하나는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동거하는 파트너를 원하는 주요 이유에도 똑같이 규모의 경제 논리가 적용된다. 파트너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하는 문제는 직업을 선택할 때와 비슷하다. 해당 문제를 철저하게 살펴보기 위해 우선 사랑과 성관계와 아기의 문제는 일단 미뤄두고, 매일 살아가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자.
저녁식사를 하고, 거실을 청소하고, 좋은 영화를 보러 가는 등 개인은 많은 것을 생산해서 소비를 즐긴다. 이러한 활동을 함께 할 사람이 있다면 두 사람이 각자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 제조회사나 병원이나 은행과 마찬가지로 가정에서의 활동에도 규모의 경제가 가동한다.
“한 사람의 생활비면 두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격언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은 약간 과장이지만 한 가정에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면 경제적으로 얼마나 이익인지를 조사한 연구가 많다. _〈04 결혼은 해야 할까〉p. 137

금전비용과 기회비용을 고려하고 17년 동안 자녀에게 들어간 양육비를 모두 합하면 집을 사는 비용보다 많을 것이다. 그러니 자녀를 키우는 데는 정말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주택에 들어가는 비용과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차이가 있다.
첫째, 주택을 구입하기 전에는 전체 가격을 고려하고, 매도인과 매수인이 주택 매매가격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아기는 자리에 앉아 당신과 비용을 흥정하지 않는다. 부모는 주택을 사든 자녀를 양육하든 20여 년 동안 비용을 지불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두 경우에 들어가는 총 금액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 지불 방법, 지불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사태 등은 매우 다르다.
둘째,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결정을 나중에 뒤집을 수도 있고 사들인 주택을 다시 팔 수도 있다. 하지만 자녀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자녀 출산도 주택 구매처럼 일종의 투자이기는 하지만 ‘비유동성’ 투자이다. 자녀는 주택과 달리 원래 획득했던 시장으로 돌려보낼 수 없고 나중에 팔 수도 없다. 그래서 자녀에 관한 선택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선택은 본질적으로 뒤집을 수 없을뿐더러 부모를 평생 따라다닌다. 자녀 양육은 매우 많은 측면에서 비용이 들지만 대부분 깜짝 놀랄 만큼 보람이 크다. _〈05 아이는 꼭 가져야 할까〉p. 201~202

로버트 마이클 지음 | 안기순 옮김 | 책세상 | 332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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