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이 권총 어디서 났나…한국 총기 안전지대 아냐

탄환은 74년 전 미국산…인터넷서 뚝딱, 최근 사제총기 범죄 잇따라

경산 농협 권총강도 피의자 김모(43)씨는 22일 경찰에 검거된 직후 "범행에 쓴 총기는 버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 김씨가 사용한 권총이 정식으로 제조된 것인지, 개인적으로 만든 사제 총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탄피와 탄두를 분석한 결과, 탄환은 45구경(11.43㎜)으로 74년 전인 1943년 미국에서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경산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김씨가 권총과 탄환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그 배경을 두고 이런저런 추측이 나온다.

정식으로 제조된 권총이라면 군부대나 경찰관서 등에서 분실한 것이 밀거래로 김씨 손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전국적으로 군부대와 경찰에서 45구경 권총이 분실됐다는 신고는 없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드물게 실내사격장에서 총기가 탈취되기도 한다.

2015년 10월 부산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A(29)씨가 업주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45구경 권총 1정과 실탄 19발을 강탈해 우체국 현금을 털려다 검거되기도 했다.

러시아나 필리핀 등에서 밀수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기 완제품을 밀수했거나 부속을 몰래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집에서 만든 권총일 가능성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경찰관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B(46)씨는 "총기 제작 방법을 유튜브에서 검색해 알아낸 뒤 재료는 청계천과 을지로에서 구매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이 외에도 2003년 7월 대구 모 섬유업체 회장 집 권총강도 사건 범인도 사제 총기와 탄환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비슷한 사건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한 총기 전문가는 "탄환은 제작한 지 70년이 넘은 만큼 수십 년 전에 미군 부대에서 유출됐거나 다른 경로로 국내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탄환만 있으면 총기 제작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게 현실이라 사제 총기가 근절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탄피와 탄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재 정밀 감정 중이다.

경찰은 또 피의자 김씨 집을 압수 수색해 총기 제조나 밀거래를 뒷받침할만한 물증을 확보하는 등 총기 입수 경위를 밝혀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산 주변에서 총기 도난이나 분실 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며 "사제권총인지 군·경이 쓰는 진짜 권총인지 곧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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