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탈출 돕다 숨진 '세월호' 교사…'순직군경' 인정

법원 "순직공무원보다 예우 수준 높은 순직군경 해당"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가 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교사를 '순직공무원'보다 더 예우 수준이 높은 '순직군경'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소병진 판사는 세월호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이모(당시 32세)씨의 아내가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내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인천보훈지청이 2015년 7월 이씨의 아내에게 내린 순직군경유족 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명령했다.

이씨는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4층 선실에 있다가 바닷물이 급격하게 밀려들어 오자 학생들을 출입구로 대피시키고 갑판 난간에 매달린 제자 10여 명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줬다.


그도 스스로 세월호에서 탈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다시 선실 안으로 들어가 학생들을 구조하다가 같은 해 5월 5일 세월호 내 4층 학생용 선실에서 제자들의 시신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아내는 2014년 6월 인천보훈지청에 남편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한 뒤 이듬해 2월 자신을 순직군경유족으로 등록해 달라는 건의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인천보훈지청은 이씨가 순직군경이 아닌 순직공무원에만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씨의 아내도 순직군경유족이 아닌 순직공무원 유족으로만 등록한다고 처분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에 따르면 순직군경은 특별한 제외 대상이 아닌 경우 대부분 현충원에 안장되지만, 순직공무원은 국립묘지법에 따른 별도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순직군경유족은 별도의 보상금을 받는 등 순직공무원 유족보다 더 높은 예우와 지원을 받는다.

이씨는 인천보훈지청의 처분에 불복해 2015년 10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국가유공자법상 군인, 경찰·소방공무원 등이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국민의 생명 보호와 관련한 직무를 수행(교육훈련 포함)하다가 사망한 경우 주로 인정하는 '순직군경'에 일반 공무원 신분인 고등학교 교사가 해당하느냐였다.

재판부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어린 학생들을 구조하다가 사망한 이씨의 경우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경에 준하는 보호와 예우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순직군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씨의 아내도 순직군경유족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소 판사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을 구조한 이씨는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군인, 경찰·소방공무원이 담당하는 위험한 업무를 하다가 사망했다"며 "순직군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2006∼2013년 국가보훈처가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 아닌 일반 공무원임에도 순직군경으로 인정한 사례 10건도 근거로 들었다.

헬기를 이용한 산불진화 작업을 하다가 숨진 산림청 공무원이나 가스누출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인명구조를 하다가 사망한 지자체 공무원 등이었다.

소 판사는 "상시적·통상적으로 위험직무를 하지 않고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군경 등의 역할을 사실상 대신하다가 사망한 일반 공무원에게 순직군경의 예우와 혜택을 준다고 해도 형평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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