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론관에선 다음 대통령이 보인다?

문재인 지지, 아들 특혜의혹,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등 놓고 종일 북적

여느 회견장과 달리 박수도, 호응도 없는 회견장이 있다. 대한민국국회 문장을 새긴 푸른 배경 앞으로 국회의원들이 얼굴을 보이는 이곳. TV에서 보던 ‘국회 정론관(正論官) 기자회견장’이다.

국회 본청 1층 동쪽에 위치한 정론관은 기자회견장·취재기자실·TV카메라기자실·종편기자실·2층 사진기자실·휴게실을 포함해 약 585평 규모다. 100여 군데의 신문·방송·통신사가 정론관에 상주하며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취재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곳은 기자회견장이다. 국민이 선거로 뽑은 국회의원 300명이 언론과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보고하는 창구이자 사회적 약자들이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론장이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과학의날·정보통신의날과 관련한 안철수 후보의 메시지를 대독하고 있고, 이를 기자들이 촬영하고 있다.
하지만 회견장 안에서 발표자는 투명인간이 되기 십상이다.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전에 배포된 보도자료를 보거나 발언내용을 노트북으로 받아치느라 발표자를 쳐다볼 틈이 없기도 하다.

회견장 내에서 발표자와 기자 간 의사소통은 거의 없다. 공론장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국회를 오래 출입한 기자들에 따르면 정론관이 생기고 나서는 회견을 한 뒤에 즉석에서 질의응답이 이뤄지곤 했지만 요새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기사거리’가 될 만한 사안에 한해 회견장 밖에서 질의응답이 이뤄진다. 발언자와 기자가 비공식적으로 문답하는 ‘백브리핑’이다. 국회를 출입하는 한 통신사의 모 기자는 “화제성이 큰 인물이 방문할 경우엔 회견장 밖에서 발 디딜 틈도 없는 취재 경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일종의 취재관행으로 굳어진 백브리핑은 그러나 정론관 안에서 한 기자회견 내용 보다는 다른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주로 오간다.

기자회견장에는 하루 종일 국회의원, 정당 관계자, 사회 단체 등이 각종 입장을 발표하러 온다. 사전 신청을 받아 하루에 공지되는 회견만 평균 5~6개다. 국회의원, 정당대표, 대변인 등의 단독 기자회견 때는 사전신청 없이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수시로 회견이 열린다. 발언시간이 짧게 제한되기 때문에 이러한 ‘틈새’ 회견까지 하루에 10회 이상의 회견이 진행되기도 한다. 어떤 ‘깜짝 발표’가 나올지 몰라 기자들이 상시 모니터링 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인들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을 하고 있다.
기자실에서 인터넷 중계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회견장에 마련된 약 75석의 기자석은 따로 부스가 없는 소규모 언론사 기자들의 차지다. 신생·영세 매체 기자들뿐만 아니라 인턴기자들 등의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한 매체의 인턴기자는 “회견장 자리를 맡으려면 늦어도 7시엔 와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기자들이 회견장 좌석을 사석화하는 문제도 가끔 발생한다.

대선 기간인 요즘은 각 후보의 일정에 따라 취재를 나가기 때문에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회견도 사회 각 단체의 후보 지지 선언을 위해 열리는 경우가 많다. 21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러 온 단체만도 3곳이었다. 의원들은 선거와 관련된 입장 발표를 위해 발걸음하고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문 후보가 아들 준용씨의 특혜채용 문제에 대해 고발한 것에 맞고소를 했다며 ‘문재인 아들 특혜채용’ 의혹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밖에도 각 당에서 문 후보의 ‘주적’ 발언과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돼지발정제’ 논란과 관련해 전·현직의원들의 사퇴촉구 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대선을 맞이해 정치인들 외에도 사회의 다양한 단체가 더욱 목소리를 크게 표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사거리가 되지 않는 회견은 기자들의 관심 밖이다. 유명 정치인에게만 관심이 쏠리는 현상은 ‘정론’의 본질과는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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