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정국에 이승만과 박정희의 통치 정신이 필요하다고 외치던 남성은 시민단체와 30여분 간 충돌 끝에 흉상을 들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과 경찰 등 100여 명이 몰린 가운데, 이른바 '진실국민단체' 대표라고 주장한 최모(36)씨 등 남성 두 명이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나타났다.
최씨 등은 보자기에 싼 물체를 소녀상 앞에 놓아뒀다.
보자기를 풀자, 나무 의자와 함께 높이 30 안㎝팎의 구리색 흉상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이승만, 다른 하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이었다.
흉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소녀상지킴이 등 시민들이 달려들었고, 이를 지켜보던 경찰과 동구청 공무원도 뛰어들며 소녀상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최씨 등과 소녀상지킴이 간의 충돌은 몸싸움으로 번졌다.
그 사이 동구청은 이승만 동상과 의자를 불법적치물로 간주해 그 자리에서 압수했다.
이후 취재진 앞에 선 최씨는 소녀상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며 일본을 용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소녀상지킴이 등 시민들은 "일본이 좋으면 일본에 가서 살아라", "전범인 일본이 사과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왜 그들을 용서해야 하나"고 외쳤다.
30여분 동안 반발이 계속되자 결국 남성은 박정희 흉상만 손에 든 채 택시를 타고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한편 동구청은 이날 압수한 흉상을 보관하다가 최씨가 회수를 요구할 경우 돌려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동구청 관계자는 "도로를 무단으로 점용했기 때문에 이를 압수한 뒤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맞다"며 "흉상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있을 때까지 보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