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부터 북한 주적 개념 논란까지 미래를 이끌 대통령 선거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주자의 스탠딩 토론 후 20일 하루동안 '주적'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발언은 아니다"라고 답해 논란이 일면서 누리꾼의 관심이 쏟아진 것.
문 후보에게 공격의 포문을 연 바른정당은 "북한을 향해 주적이라는 표현을 제대로 못 하는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도록 해서는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자유한국당 역시 "문 후보의 안보관은 불안함을 넘어 두려움에 다다르고 있다"며 "TV 토론회에서 문 후보의 북한에 대한 두렵고도 놀라운 생각이 낱낱이 밝혀졌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현재 국방백서에는 '주적' 개념이 삭제돼 있고 육군정책보고서에 '주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유 후보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색깔론에 가까운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수수설도 19대 대선의 이슈로 떠올랐다.
뇌물수수 의혹을 가장 강하게 밀고 있는 쪽은 자유한국당이다. 최교일 공명선거추진단장은 대검찰청에 '노무현 전 대통령 640만 달러 뇌물수수 사건 수사재개 촉구 서한을 전달했고, 홍준표 후보도 전날 토론회에서 "뇌물수수 사실이 아니라면 내가 후보를 사퇴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이미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대북송금 사건을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대북송금이 잘 됐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안 후보는 "모든 역사엔 공과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대북송금이 도대체 몇 년이 지난 얘기인데 아직도 우려먹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치열한 정책 공방보다는 과거의 이슈를 물고 늘어지는 말싸움식의 토론을 벌어지면서 캠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A 후보의 캠프 핵심 관계자는 "짧은 선거 기간 탓에 정책 대결을 실종되고 대신 후보들간 네거티브 공방이 커지고 있다"며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선거판이 역행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탠딩 토론은 형식만 새로웠을 뿐"이라며 "경제나 복지 등 미래 비전 없이 이념 논쟁만 하다 끝난 것 같다"고 아쉽다는 평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