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한바탕 불었던 돌풍은 선거가 끝나면 부지불식간에 사라진다. 선거 때 영향을 미치는 북한 변수, 즉 '북풍(北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껏 4월 총선이나 12월 대선 때가 되면 북풍은 자연적이든 의도적이든 불었다.
김일성 생일(4월 15일), 인민군 창건일(4월 25일) 등 4월에 몰려 있는 주요 정치 일정이 북한의 도발 야욕을 자극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북풍은 안보 이슈에 민감한 보수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바로 5년 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일으키며 선거판을 '종북(從北) 프레임'으로 옭아매 박근혜의 승리를 일궈냈다.
칼빈슨 호가 어디에 있는 지는 일단 차치하고 최근의 한반도 안보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북한 문제가 대선 이슈로 급부상한 것이다.
실제로 19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햇볕정책, 대북송금, 사드배치 등 안보관을 놓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난전이 벌어졌다.
이는 남과 북으로 갈라져 총부리를 겨누고 대치 중인 분단국가의 아픈 현실이긴 하지만 팩트 체크 결과 현재 국방백서에서 주적개념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헌법 66조에 따라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북한을 적으로 응징해야 하지만 통일된 한반도를 끌고 가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가 자신을 공격하는 유승민 후보에게 얘기하는 '주적'이라는 표현도 문제다. "주적은 내가 아니고 저기(문재인·안철수)"라는 말은 가볍게 흘려버릴 사안이 아니다.
문재인 후보가 '적폐(積弊) 세력' 이라는 말을 거둬들인 것도 '쌓을' 적(積)자가 귀에 들리기에 '싸워 무너뜨려야 될' 적(敵)의 뉘앙스를 풍기면서 '적대(敵對)세력'으로 비춰진 때문 아닐까.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17일 전주 유세에서 "문재인이 대북송금 특검을 해 DJ를 완전히 골로 보내 버렸다", "안철수가 돼야 전북 출신 인사가 차별을 안 받는다"고 민심을 자극했다.
같은 날 대구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경북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국민의당 지역구 26석 중 23석이 전라도다. 저기(국민의당)가 전라도당이지 왜 우리가 전라도당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색깔론 공방을 야기하는 '북풍', 남남갈등과 동서분열을 노리는 '지역감정' 선동은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어가는 데 반드시 무너뜨려야 할 우리의 '주적'이다.
심상정 후보의 지적처럼 선거 때마다 아주 오래 된 얘기들이 재탕삼탕 등장한다면 진정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을 염원하는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 되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과 정치권이 여전히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면 미래를 위해 촛불을 들고 일어선 것처럼 유권자들이 투표로서 선택하고 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