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사람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그래도 나름 공직자로서의 기본을 하려고 했다가 찍혀서 쫓겨난 공직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이다.
이들은 특별한 공직자가 아니라 자기 직무에 충실하려고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됐나?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심지어 '국기문란사범'으로 낙인 찍히면서 쫓겨났다.
이들 6명 중 진영 전 장관은 당을 옮겨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고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됐으며, 유진룡 전 장관은 국민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블랙리스트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는데 일조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정계에 진출해 민주당 국회의원이 됐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조만간 변호사 개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아직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6년 10월 28일 이 전 특별감찰관은 소환조사한 뒤 6개월여가 지나도록 지금까지 아무런 조사도 결론도 내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의인 이석수'는 왜 아직도 발이 묶여 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그렇다. 검찰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으니까 수사중인건 맞다. 그렇지만 지난 6개월여 동안 이 전 특별감찰관을 부르지도 않았고 추가로 수사하거나 출국금지를 하거나 하는 것도 없다.
말은 수사 중이지만 사실상 사건을 묶어두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검찰에서는 "아직 수사 중"이라거나 "검토 중"이라고 말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에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부분도 있고 법리검토를 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달 중 사건을 종결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미정"이라고 답했다.
▶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 그게 아직도 미지수인 것이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에서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수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윤갑근 팀에서는 불기소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들었다"면서 "왜 아직도 사건을 종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검찰이) 뭘하려는지 모르겠다"면서 "차라리 기소를 할거면 우병우랑 같이 기소를 해서 재판을 받게 하든지 아무것도 안하고 검토만 하고 있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도 "사건을 종결해야 하는데 왜 쥐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런일 때문에 검찰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검찰이 아직도 이석수의 발을 묶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청와대 청부수사'가 드러나는 걸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이석수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 청부수사였다는 거냐?
= 청부수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계를 지난해로 돌려보자. 지난해 7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조사에 착수해 8월 18일 검찰에 수사의뢰 한다.
그런데 8월 18일 잘 알려지지 않은 한 단체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고발한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하면서 특별감찰관법을 어겼다는 MBC의 보도에 따른 것이다.
MBC의 보도가 나가자 청와대는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정보 누설 의혹에 대해 '중대한 위법행위', '묵과할 수 없는 사안',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며 맹비난했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이유가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라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우병우는 봐주고 이석수를 내치기 위한 불공정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갑근 수사팀도 수사착수 즉시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면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면서도 우병우 민정수석의 휴대전화는 압수하지도 않고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줬다.
청와대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해 '국기문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사실상 청부수사를 의뢰한 것을 검찰은 철저히 따랐던 셈이다. 결국 청와대 의도대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되자 사퇴했다. 이석수 쫓아내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불기소 하거나 무혐의 처분을 하게 되면 검찰수사가 청와대 청부수사였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이 질질 시간만 끄는 게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 그렇다.
박영수 특검에서 우 전 수석의 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 우 전 수석은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누설 보도가 나온 2016년 8월 16일 MBC의 한 기자에게 전화를 건 다. 그리고 김수남 검찰 총장과 약 17분가량 통화를 했다.
김수남 검찰총장과 우병우 전 수석은 2016년 7월부터 10월까지 무려 20여 차례나 통화했다. 그 시점이 민감한 시기였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검찰개혁이니 통상적인 통화라고 할 수 있을까?
우병우 전 수석은 특히 2016년 7월~10월 사이에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1000여 차례 이상 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우 전 수석은 안 국장 이외에도 검찰, 법무부 관계자 등과 총 2000여 차례나 통화를 하고 문자 메지지를 주고 받았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이 특검에서 한 우병우 통화내역 조회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얼마나 부실수사를 했는지 드러난다. 그런데 이석수에 대해서는 청와대 직속의 국회 청문회를 거친 고위공직자인데도 출근길 집앞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청와대는 들어갈 엄두도 안 내면서 특별감찰관실은 증거인멸 우려라며 사무실을 탈탈 털었다.
그랬던 검찰이 우병우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석수를 무혐의 할 경우 그동안 청부수사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우병우를 기소하면서 이석수를 무혐의할 경우 그동안 검찰의 수사가 편파적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걸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의인'이라고 하는 건 과한 것 아닌가?
=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의인'이라고 규정하는 건 지나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공직자로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충실히 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미미하다.
이 전 특별감찰관은 고위공직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수첩에 받아 적기만 하는 '적자생존'에다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던 것과는 달리 제 역할을 한 드문 공직자이기 때문에 '의인'이라고 한 것이다.
대부분의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한다면 '의인'이 아니라 당연히 '보통의 공직자'가 되는 것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찍혀서 쫓겨난 것은 이른바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여러군데서 그 징후가 포착이 됐고 언론의 역할이 지대했지만 이석수 특별감찰관실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우병우에 대해서도 감찰에 착수해서 수사의뢰까지 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에 대해서도 감찰을 벌여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윤회와 십상시 문건' 수사를 청와대 입맛에 맞도록 적당히 수사해서 결국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기소 하는 걸 예방하지 못했지만 특별감찰관실은 주어진 역할을 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걸 강조하기 위해서 '의인 이석수'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