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고·스탠딩 자유토론' 방식으로 이뤄져 후보들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질문이 집중된 2강 후보는 방어에 집중했고, 나머지 후보들은 비판에 몰두하면서 각자의 정책 역량을 드러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오후 10시부터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의 질문은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쏠렸다. 문 후보는 모두 18개의 질문을 받았고, 안 후보는 14개의 질문에 답해야 했다. 나머지 후보들이 받은 질문은 모두 한 자릿수다.
문 후보에게는 안보관 관련 질문이 집중됐다. 특히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북한이 주적인가"라고 묻자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할 입장"이라며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 후보에게도 비슷한 질문이 집중됐다. 안 후보는 같은 당 박지원 대표와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유 후보의 질문에 "공도 있고 과도 있었다"며 "장기적으로 평화통일로 가는 경로만이 다르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불법 대북송금에 공이 있다는 뜻이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안 후보는 "불행한 역사고, 거기서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안 후보는 첫 토론회에 비해 여유를 갖춘 모습이었다. 표정 변화도 줄고, 상대방의 날카로운 질문을 웃음으로 넘기기도 하며 '연습의 성과'를 보였다는 평이다.
두 후보는 또 다시 '적폐연대론'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등을 돌린 채 다른 주자에게 질문을 하다가 사회자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안 후보도 이 때 만큼은 눈을 질끈 감고 허탈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번 토론회에서 호평을 받은 유승민 후보는 주로 '2강 후보' 공략에 집중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안보관을 집중 지적하며 '보수 후보'임을 부각시키는 한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낡은 보수'로 규정하고 선을 그었다.
다만 대북송금 사건 등에 대한 질의를 이어가다가 정의당 심상정 후보로부터 "도대체 몇 년 지난 이야기냐. 선거 때마다 대북송금을 아직도 우려먹느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홍 후보는 정치·외교·안보와 교육·경제·사회·문화 분야로 나뉜 전·후반 자유토론에서 발언 시간이 가장 많이 남은 후보로 꼽혔다. 주로 다른 주자들의 토론을 지켜봐야 했다는 얘기다. 대법원 재판이 남아있다는 점을 문제삼는 유 후보의 질문에 대해서는 "이정희 같다", "주적은 문 후보"라는 답변을 반복하며 웃음을 보였다.
또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준 여자의 일"이라는 본인의 발언과 관련해 "웃자고 한 얘기"라며 지적을 피하려 했지만, 심 후보가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사과를 요구하자 "그 말이 잘못되면 사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